사장 전격교체로 전기맞은 기아자동차…정부구상 가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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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기아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측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박제혁 (朴齊赫) 사장의 전격교체는 더 이상 정부가 기아측 페이스에 끌려 가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나머지 25개 계열사 사장단과 기아자동차 임원에 대한 인사도 곧 이어질 전망이다.이 과정에서 박제혁사장 체제로 계속되어 왔던 기존경영진의 대폭 물갈이도 예상된다.

또 이번주부터는 유종렬 (柳鍾烈) 법정관리인이 부문별 업무보고를 받고 본격적인 정리계획안 작성에 나서기로 하는 등 법정관리를 위한 절차이행이 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도 걸림돌은 하나 둘이 아니다.당장 강경노선을 굽히지 않고 있는 기아노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지난 15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기아노조는 계속 서울여의도 본사 앞에서 柳관리인의 출근을 저지하는 등 반발의 강도를 수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검찰은 '불법파업' 으로 규정하고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하고 있고, 법원도 柳관리인에게 관련자를 고발하도록 요구하는 등 강경대처 입장이다.

柳관리인도 "송병남 (宋炳南) 사장을 통해 대화에 나서겠다" 고 말하면서도 여의치 않을 경우 고발 또는 공권력 투입요청이라는 강경카드를 빼들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고, 자칫하다 최근 정리해고 등의 문제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노동계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이 방법을 선뜻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정부측 고민이다.

하지만 타협의 실마리가 의외로 빨리 풀릴 가능성도 있다.이미 기아노조 내부에서도 "이런 식의 극한 투쟁이 옳으냐" 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파업이냐' 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 파업사태가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나 채권은행단은 宋사장이 노조를 설득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기아 경영진중에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김선홍 전회장에 덜 가까운 합리적인 인물로 통하기 때문이다.

다음 관심은 기아 처리방향과 인수조건. 기아를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에 대한 정부 방침이 아직 공식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감자 (減資)→공개매각을 통한 제3자 인수' 수순이 정부 방침이었다.

박태영 (朴泰榮) 산업자원부장관과 김태동 (金泰東) 경제수석이 이 방안에 원칙적인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5일 선임된 柳관리인이 "아무런 방침이 결정된 바 없다.앞으로 실사후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 고 강조한 데 이어 宋사장도 18일 취임 일성으로 "자력갱생" 을 들고 나왔다.

물론 노조와의 관계를 의식한 발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아무리 삼성.현대라도 내년까지 부채비율을 2백% 아래로 낮추면서 10조원 가까운 빚더미에 오른 기아를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다소간의 궤도수정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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