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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속 그 남자, 알고보니 한국남…美주름잡는 한국계 스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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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한국인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예전만해도 '동양인'은 미국 방송과 영화 속에서 중요한 캐릭터를 맡기 어려웠다. 출연한다 해도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주인공들에 묻혀 잠깐 스쳐 지나가는 역할이 대부분이었고 그 중에서도 '한국인'은 중국·일본인들을 대역하는 역할에 머무르곤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돋보이는 외모로 인기 드라마와 영화에서 당당하게 주연급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스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이름 모를 동양인 배우'가 아니다. 독특한 개성과 외모, 뛰어난 연기력으로 미국과 세계에 자신만의 이름을 확실하게 알린 '스타'로 통하고 있다. 성실하고 억척스러운 한국인 특유의 근성도 이들의 성공에 한몫을 했다.

◇ '미드'의 그 남자, 알고 보니 한국인= 지난 4월 국내 방영을 시작한 미국 드라마 '멘탈리스트(The Mentalist)'. 점성술사 출신의 연방수사국 요원이 직관과 심리 분석에 의해 범인을 잡아내는 과정을 그린 수사물로 전미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네 번이나 차지한 히트작이다.

여기서 유독 눈길을 끄는 동양인 남자 배우가 있다. 재치와 익살이 가득한 주인공 패트릭 제인(사이먼 베이커) 옆에서 우직하고 믿음직스럽게 수사를 돕는 동양인 수사관 킴볼 조(팀 강)가 그다. 동양인 특유의 작은 눈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가진 그는 언뜻 보기엔 동양 어느 나라 사람인지 짐작하기 힘들지만 사실은 한국 사람이다. 본명은 강일아(36).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팀 강은 UC버클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 부설 아메리칸 레퍼토리 시어터(ART)에서 예술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그의 부모는 미국에서 귀국한 뒤 현재 서울 상계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버지 강우정(69)씨는 한국 성서대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이 대학의 설립자인 故 강태국 박사.

팀 강은 영화 '더 포가튼'(2004), TV 시리즈 '더 오피스'(2007), '로 앤드 오더'(2003·2005), '더 소프라노스'(2002) 등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최근에는 '람보4:라스트 블러드'에 한국인 용병으로 출연했다. 현재 영화와 드라마뿐 아니라 CF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멘탈리스트'의 인기로 국내에서도 팀 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에는 팬클럽이 생겼고 '한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한국인이 나오는 드라마인 만큼 꼭 챙겨보고 있다'며 응원하는 이들이 많다.

◇ '저 일본사람 아닙니다'= 인기 SF물 ‘히어로즈’에서 시공간을 건너뛰는 초능력을 가진 '히로'의 친구 안도 역을 맡은 제임스 카이슨 리(34·이재혁). 마른 몸매에 갸름한 인상으로 언뜻 보면 일본인처럼 보이지만 한국인이다.

'히어로즈'의 국내 팬들조차 "처음에는 일본인인 줄 알았다" "나중에 한국인줄 알고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초반에는 히로의 모험에 동행하는 친구 역할에 그쳤지만 시즌3에 접어들며 초능력을 갖게 되는 등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명문 보스턴대를 졸업한 뒤 뒤늦게 연기에 뛰어든 늦깎이 배우다.

◇ '나왔다 하면 뜬다' 히트 제조기= 익살스럽고 장난끼 가득한 소년 캐릭터의 아론 유(30)는 할리우드에서 일명 '히트 제조기'로 통한다. 데뷔 영화인 ‘디스터비아’를 비롯해 '21' '13일의 금요일' 등 출연한 영화마다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덕분이다.

미국 명문 펜실베니아대를 졸업하고 처음에는 마케팅 컨설턴트로 일했지만 뉴욕에서 연기 공부를 시작, 연기자로 진로를 바꿨다. 이후 TV시리즈 ‘에드’, 영화 ‘로켓 사이언스’ 등에 단역으로 출연하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디스터비아’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영어와 독일어에 능통하며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어도 곧잘 하는 편이다. 한때 데미 무어와 브루스 윌리스의 딸 루머 윌리스와 열애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근 영화 '닉과 노라의 끝나지 않는 플레이리스트' '게임'에 연달아 출연하는 등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 성공의 비결은 '한국인 근성' = 연기력 뿐 아니라 외모도 출중해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스타'로 꼽힐 만큼 인기가 뜨거운 '한국 남자' 존 조(37·조요한). 그는 2004년 미국 피플지가 선정한 ‘섹시한 남자 50인’에 뽑혔고 2006년에는 ‘올해의 가장 섹시한 남성’에 선정됐다.

존 조는 UC버클리대를 졸업한 뒤 연기에 뛰어들어 1997년 TV 드라마 단역부터 시작했다. 이후 2005년 영화 ‘해롤드앤쿠마’에서 주연 해롤드 역으로 얼굴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당시 이 영화는 2편까지 제작되는 등 인기가 뜨거웠고 그도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이후 영화 ‘내가 숨쉬는 공기’(The air I Breathe)에 이어 올 초 개봉한 ‘스타트렉-더비기닝’에서 항해사 '솔루' 역할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미국에 이민을 간 그는 처음엔 이방인으로서 미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그는 어려운 생활 속에 발휘됐던 '한국적 생존 본능'을 꼽았다. 성실하고 억척스럽게 일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한국인 근성이 배우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영화감독들은 그를 "열정적이며 강하고, 똑똑한 배우"로 평가하고 있다.

◇ '혼혈아 아닌 100% 토종' =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의 영화 '007 어나더데이'에서 북한 사람 문대령 역으로 얼굴을 알린 윌 윤 리(34·이성욱). 이국적인 외모로 혼혈아를 연상케 하지만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토종'이다.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NBC 인기 법정드라마 '법과 질서(Law & Order)'에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 '007어나더데이' '엘렉트라'에 출연하며 인기 스타로 발돋움했다. 최근에는 1970년대 인기 드라마 '소머즈'의 리메이크 판으로 지난해 국내에서도 방영된 미국 NBC'바이오닉우먼 소머즈'에서 바이오닉 우먼을 훈련시키는 냉혹한 트레이너 역으로 주목 받았다.

미국 버지니아에서 태어나 UC버클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지난 2002년 피플지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물 50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 섹시한 한국계 여배우들 = 한국계 여배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대표적인 인물은 그레이스 박(35).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린 그는 영화 '로미오 머스트 다이', 드라마 '다크 엔젤' '스타게이트' 등에 출연해 인기를 얻으면서 '할리우드의 블루칩'으로 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계 여배우인 문 블러드굿과 함께 맥심이 선정한 가장 섹시한 할리우드 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 '터미네이터4'에서 주인공 크리스천 베일과 함께 터미네이터 기계군단과 대결하는 강인한 여전사역을 맡은 문 블러드 굿(34)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타다. 그의 한국인 어머니는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아일랜드계 남성과 결혼해 블러드굿을 낳았지만 3년 만에 이혼했다. 어머니는 환경미화원, 식당 일 등을 하며 딸을 키웠다. 끈끈한 모녀 지간으로 유명하다.

블러드굿은 TV 시리즈 ‘데이브레이크’ 이후 영화 ‘패스파인더’, ‘에잇 비로우’, TV시리즈 ‘CSI 2003’, ‘저니맨’ 등에 출연했다. 남성잡지 '맥심'이 꼽은 가장 섹시한 100인 리스트에 이름을 3번이나 올리는 등 섹시 여배우 아이콘으로 통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 인기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로 2005년 골든글러브 조연상, 2006년에 최우수 에미상 배역상을 받은 산드라 오(38), 시트콤 스타인 코미디언 마거릿 조(41)는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 방송가에서 입지를 확실하게 다져온 베테랑들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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