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숙자 문제, 사회적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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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환위기 사태 이후 대량실업으로 인한 대도시의 노숙자 (露宿者) 문제가 심각하다.노숙자는 지난달 복지부가 1천2백여명으로 추산했다가 최근에는 3천명이 넘는다고 밝힐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아직 대기업의 생산직 근로자에 대한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이처럼 급증한 점으로 미뤄 노숙자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걱정이다.

서울역.청량리 주변 지하철역과 지하도는 밤만 되면 이들로 만원이다.종교.사회단체 등의 무료급식에는 수백명이 늘어서기 예사다.얼마 전까지도 노인들 차지였던 종로 탑골공원에도 이들이 몰려 급식시간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숙자는 외국의 '홈리스' 들과는 사뭇 다르다.홈리스는 일할 의지가 없고 구걸로 생계를 해결하는 게 편하다고 느끼는 것이 특징이지만 우리 노숙자들은 구직 (求職)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지역 노숙자의 절반 가량이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후 노숙을 시작했으며 일용직 근로자 출신이 35%로 가장 많고 전직 공무원도 18%나 된다고 한다.위생이나 영양상태 등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노숙이 장기화하면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고 병들게 마련이다.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알콜 중독.마약 등과 강.절도 등 범죄와 연결되는 것도 시간문제다.이처럼 노숙자 문제는 바로 우리의 당면과제가 됐지만 정부 혼자 해결하기에는 너무 벅차다는 느낌이다.

정부 나름대로 실업대책을 세우고 시청.구청 등 일선 행정기관에서 이들을 관리.지원.단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기관이나 사회.종교단체도 나서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노숙자 수용시설을 "혐오시설이 들어오면 집값 떨어진다" 며 주민들이 집단으로 반대하는 곳도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노숙자 문제는 우리 모두가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 우리집 가장 (家長) 의 일일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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