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 재원 바닥, 제일종금 예금지급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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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예금자보호를 위한 재원이 바닥나 영업정지중인 종금사 고객의 예금을 내주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가교종금사인 한아름종금에 줘야 할 돈을 마련하지 못하는 바람에 지난달 23일 증자실패로 업무정지된 제일종금의 예금지급이 중단되고 있다.

제일종금의 고객에게 내줘야할 예금은 개인 8천억원과 법인 1조1천억원을 합쳐 모두 1조9천억원. 고객들은 정부의 예금자보호 다짐만 믿고 찾아갔다가 4월말까지 기다려달라는 통보만 받은 채 발길을 돌리고 있다.

부실종금사가 문을 닫을 경우 예금자보호 자금은 이달초 통합.출범한 예금보험공사에서 내줘야 하는데 공사의 재원마련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기금이 올들어 채권발행을 통해 마련한 6조5천억원은 이미 제일.서울은행 출자와 한아름종금을 통해 지난해 업무 정지됐던 종금사의 예금을 내주는데 모두 소진됐다.

문제는 예금보험공사 기금이 지난해말 채권발행에 대한 정부보증 동의를 받은 12조원 가운데 아직 5조5천억원의 채권을 더 발행할 여력이 있는데도 업무 인수.인계를 이유로 채권발행을 미루고 있는 것. 이 와중에 관련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기에만 바빠 예금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부실종금사의 업무를 대행하는 한아름종금은 "예금보험공사에서 돈이 와야 예금을 내준다" 는 설명이고, 4월 이전까지 종금사 예금보호기구였던 신용관리기금 역시 "4월부터는 예금보험공사의 책임" 이라는 말 뿐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채권 발행은 재경부에서 알아서 하는 것" 이라며 "아직 발행계획을 통보받은 바 없다" 는 말만 반복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자산.부채에 대한 실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예금지급이 정지돼 있는 것" 이라며 "개인고객에 대해서는 이달 하순부터 예금지급이 가능하다" 고 밝혔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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