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우리 경제는 우울증 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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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4일 "우리 경제가 위기는 아니지만 병 중에 제일 고치기 어려운 우울증과 무력증에 빠진 환자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 사회의 주역인 386세대가 정치적 암흑기에 정치적 저항을 하는 데 치중해 지금 경제를 꾸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여성과 경영'포럼 강연에서 "요새 증상을 한마디로 얘기하라면 우울증과 무력증에 걸린 상황인 것 같다"며 "아파도 나가서 운동을 해야 하고, 그래서 고비를 넘기면 다시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이 부총리가 한국 경제를 우울증 환자에 비유한 것은 경제가 어렵지만 위기를 극복한 저력이 있으니 이번에도 극복할 자신이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또 "우리의 주력 세대인 386세대가 경제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정치적 저항을 해야 했던 시대적 한계 때문에 현재 생산성 향상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기업 2세들도 대부분 엔지니어 공부는 안 하고 파이낸스(금융)를 공부해 투자는 잘하는데 기술의 격차를 뚫고 나가는 일은 잘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투자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하는데 결국 경제는 1만달러짜리 사람이 있는 곳에 1만달러 경제가 나오고 10만달러짜리 사람이 있는 곳에 10만달러 경제가 나온다"며 "20~30대와 여성에게서 변화의 조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당시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그때보다 어려울 리는 없다"며 "지금은 뭔가 애매해서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고 경제 위기론을 부정했다.

그러나 "다만 지금은 1960년대 체제에서 이전하는 구조적 전환기에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는 "시장규율에 따르고 이로 인한 어려움도 스스로 이겨나가야 한다"며 시장경제를 따르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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