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처리, 이르면 향후 3개월내 매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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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기아처리가 속도가 붙어 이르면 향후 3개월내에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도 최근 기아처리와 관련해 "과거 정권의 잘못된 경제운용이 현재까지 걸림돌이 돼서는 안된다" 고 언급했듯이, 기아사태에 대한 우유부단한 대응이 환란 (換亂) 을 불러들인 몇 가지 주요요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인식에서 새 정부로서는 하루바삐 이를 마무리짓겠다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기아처리 가닥으로 그동안 논의돼 온 방안중 기아주식의 즉각 감자 (減資)→신주발행→공개매각이라는 최단시일의 처리방안을 선호하게 된 배경도 이런 것이다.산업은행 출자를 생략해 시간도 절약하고 정부가 개입한다는 오해도 불식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와 채권단이 기아처리방침을 정했다고 해서 밟아야 할 절차를 생략할 수는 없다.앞으로 남은 중요한 절차는 채권단이 앞장서 법정관리인 선임과 회사정리계획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법정관리인 선임은 그동안 권유받은 몇몇 인사들이 고사하는 바람에 늦어졌다. 정부와 채권단입장에서는 워낙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사안이라 중도적 입장에 선 능력있는 인사를 골라야 한다는 생각이나, 문제의 최종처리까지 불과 몇 개월인 한시적 자리를 선뜻 원하는 사람을 찾기가 간단치 않았기 때문이다.

법정관리인 선임이 법원에 통보되고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통상 한 달 가량의 기간이 든다.그러나 기아 조기처리를 위해 법원측도 법정관리인 선임이 통보되면 곧 법정관리 개시명령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중에는 법정관리개시가 내려질 전망이다. 법정관리가 내려지면 법정관리인은 채권단과 협의해 기아처리의 관건이 될 회사정리계획안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기아주식의 감자비율, 신주발행 규모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이것도 채권단의 합의를 전제로 법원의 결정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은 보통 두 달 이상 걸린다. 채권단간의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신고와 자산.부채 등의 실사를 포함해 이같은 전과정 처리는 빨라야 3개월이 걸릴 전망이지만 정부와 채권단의 조기처리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더 단축될 수도 있다.

그러나 채권단이 감자비율을 80%에 가까울 만큼 대폭적으로 결정하는 경우 현재 최대주주인 미국 포드측의 반발이 우려된다. 거기다 당사자인 기아그룹은 물론 일부 채권단에서 회사정리계획에 불만을 품는다면 기아처리가 지연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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