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안기부]해외·국내부문 독립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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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기부가 '한지붕 두가족' 시대를 맞았다.조직개편으로 1차장 (해외.대북).2차장 (국내) 체제로 양분되면서 사실상 별개 조직처럼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있은 1급 국장.지부장 인사도 과거와 달리 1.2차장 산하부서를 각각 구분, 명령서를 돌렸다.그래서 직원들조차 다른 부서 인사를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차단 (遮斷) 주의 업무원칙이 더욱 엄격해졌다.1차장 산하의 해외조사국.대북전략국 등은 홀수, 대공수사국.외사보안국을 비롯한 2차장 담당 부서는 짝수로 국 (局) 명칭을 부여하는 등 변화도 있었다.

정권교체와 북풍 (北風) 사태의 여파로 정보기관의 생명인 조직구조가 노출됐기 때문이다.갑작스런 조직개편으로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유관부서라고 생각해 협조문을 보냈지만 해당부서가 조직개편 과정에서 폐쇄된 경우도 있다.국내정보 파트의 조직 개편폭이 너무 커지자 정보 보고서를 어디에 제출할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안기부 기능을 해외.대북정보 수집과 국내정보로 구분, 전문성을 높이려는 데 따른 것. 미국의 중앙정보국 (CIA) 과 연방수사국 (FBI) 형태를 본뜬 이원체제설도 이런데서 비롯한다.1차장 산하 직원들은 이종찬부장이 해외.대북정보 수집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소 여유만만한 표정이다.

이에 반해 2차장 관할의 국내정보팀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조직축소로 힘이 빠진 데다 경찰과의 관계설정.수사권 제한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형 FBI' 는 빛좋은 개살구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다.

자칫 인사교류 단절로 국내파트 직원에게는 '물좋은' 해외근무의 길이 막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다.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파트별 이기주의 등장으로 '불편한 동거' 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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