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파산, 미국 경제 득실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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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대규모 경기부양책,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에 이어 이번엔 최대 자동차업체인 GM 처리 문제에 직면했다. 앞서 내놓은 경제대책에선 일단 합격점을 받았지만 이번엔 성격이 다르다. 파산보호신청의 효과에 대해 아직까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데다 9만6000명의 근로자가 직접 연관된 일이기 때문이다. 101년 전통의 미국 대표 기업이란 상징성도 오바마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AP 등 외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GM이 이사회를 열고 이달 1일 파산보호를 신청키로 하는 내용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노조·채권단과 구조조정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했으나 정부의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한 수준엔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원에서 파산보호신청이 받아들여지면 GM의 우량 자산·브랜드만 솎아내 ‘굿 GM’을 만든 뒤 하루빨리 회사를 정상화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고연비·친환경 엔진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오바마 대통령 뜻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9일 GM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75센트로 마감했다. 1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1933년 이후 76년 만에 처음이다. 주주들이 파산보호신청 후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것을 우려해 이날 앞다퉈 내다팔았다.

자동차업체의 특성상 이런 식으로 한번 이미지가 망가지면 되돌리기 힘들다는 게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 망한 의류업체의 옷은 사입을지언정 파산했던 업체의 자동차는 선뜻 타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GM 파산의 여파로 자동차 협력업체들이 도산할 경우 경제 회생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경제 칼럼니스트 윌리엄 홀스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단지 한 회사의 운명뿐 아니라 미국 경제 전체의 앞날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런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득이 될 거란 분석도 있다. 미국의 자동차업체들이 아시아·유럽 업체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차제에 노조·부채 문제 등 부담이 될 만한 요소를 털고 가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또 ‘파산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을 계속 끌고 가느니 지금 파산보호신청을 해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GM에 앞서 파산보호신청을 했던 크라이슬러의 사례에서 드러났듯 판매 감소폭이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GM의 파산보호신청이 미국이나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GM 주가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악재가 모두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 하락으로 인한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한화증권 김혜린 애널리스트는 “단기적 충격보다는 불확실성 해소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한국 자동차업체의 경우 미국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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