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직장폐쇄 … ‘파산’ 치닫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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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쌍용차가 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 중인 노조에 맞서 31일 평택 공장에 직장폐쇄 조치를 내렸다. 노조는 이에 대해 강경 투쟁을 밝힘에 따라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 회생은 큰 고비를 맞게 됐다.

쌍용차는 이날 오전 8시30분 중앙노동위원회와 평택시 등에 직장폐쇄를 신고했다. 회사 측은 노조가 퇴거를 거부할 경우 공권력 투입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직장폐쇄는 회사 측이 파업 등 쟁의 중인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을 내보내고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회사 측의 직장폐쇄는 예상된 조치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지난달 21일 파업에 들어갔고 26일부터는 비노조원 사무직원들의 출입마저 막아 생산활동이 완전히 중단됐다. 쌍용차는 5월에 생산 목표 5000대 가운데 1600대만 생산했을 뿐이다. 계약을 하고 출고를 기다리는 차량은 3000대가 넘는다. 출고가 안 될 경우 협력업체에 부품대금을 결제할 수 없게 되고, 이는 다시 생산 중단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외부 단체가 개입하면서 파업 양상이 거칠어지는 것도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회사 관계자는 직장폐쇄 조치에 대해 “지난달 29일 외부 노동단체가 참여한 결의대회가 열리고, 폐타이어 1000여 개와 인화 물질이 공장 내로 반입돼 회사로서는 조치를 미룰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노사의 극한 대결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둘러싼 것이다. 사측은 4월 초 전 직원의 37%인 2646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중 1400여 명이 희망 퇴직을 신청했고, 회사는 지난달 28일 1112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은 “직장폐쇄는 노조 파업에 따라 계획했던 조치 가운데 하나”라며 “인력 구조조정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루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직장폐쇄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파업과 점거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근 노조 기획부장은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직장폐쇄를 결정한 것은 성의 있는 협상을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사 간 타협을 통해 회생 방안을 찾지 못하면 다시 파산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6일 쌍용차를 청산하는 것보다 존속하는 게 낫다는 회계법인의 평가가 있긴 했지만 법원은 “구조조정과 신규 대출 등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회생 계획을 실행할 가능성이 없으면 회생 절차는 폐지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계속될 경우 채권단과 법원은 쌍용차의 회생 절차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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