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건설업체 급증, 불법 하도급·부실공사 등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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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IMF (국제통화기금) 체제 이후 건설업체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올들어 전북 도내에선 뜻밖에도 영세 건설업체가 우후죽순 (雨後竹筍) 처럼 새로 생기고 있다.

외견상으론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처럼 보여 이상적인 현상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영세업체들의 불법 하도급과 부실공사 등 폐해가 우려되고 있다.

건설업체의 급증현상은 업체 설립요건이 완화되고 관급공사 입찰규정이 강화됨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건설업체 현황 = 지난달 말 현재 전북도 내 건설업체는 2백27개로 지난해 3월 같은 기간 (2백13개) 보다 14개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IMF한파로 건설업체의 도산이 잇따랐던 지난해 말 (1백52개)에 비해 3개월 동안 65개나 늘어났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폐업한 업체는 모두 61개였다.

이 기간 중 신설된 건설업체들은 모두 자본금이 2억6천만원 미만으로 기존업체의 3억여원 이상에 비해 영세한 규모다.

◇ 급증 원인 = 전북도를 비롯한 각 시.군, 토지개발공사 등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올해 발주할 각종 공사를 조기 발주한다는 방침이 발표되자 이들 공사를 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면허만 발급받으면 공제조합 출자금에 대한 대출금 2억7천여만원을 곧장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받는데 걸리는 기간이 지난해보다 5~6개월 빨라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공사를 낙찰받을 확률이 낮아짐에 따른 건설업체들의 대응책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은 여러 개의 계열사를 설립, 이들 업체를 모두 입찰에 참여시켜 낙찰확률을 높이려는 속셈이다.

◇ 부실공사 우려 = 최근 신설된 건설업체의 대부분은 영세규모로 이들이 공사를 맡을 경우 기술.인력자원이 부족, 기존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공사가 이뤄질 우려가 적지 않다.

또 이들 업체는 규모에 비해 낙찰 받은 공사규모가 클 가능성이 높아 이를 감당키 어려워 일괄적으로 하도급을 주는 불법이 성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앞으로 현행 입찰방식이 지속될 경우 업체들이 계열사의 수를 더욱 늘려갈 것으로 예상돼 입찰질서를 흐리는 불법이 난무할 것으로 우려된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현행 입찰방식에서 살아남으려면 업체들이 공사를 낙찰받기 위해 계열사를 늘릴 수 밖에 없다" 며 "부작용을 막으려면 입찰방식을 재조정하는 게 최선책이다" 고 지적했다.

전주 =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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