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과학사] 음식물 매달아 소화력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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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내시경이 없던 옛날에 살아 있는 사람의 위를 구멍을 통해 들여다 보며 위의 역할을 관찰할 수 있었을까.

1822년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 오발 사고 덕(?)이었다. 사고가 일어난 곳은 미국 미시간호와 휴런의 두 큰 호수의 수로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 매키낵이라는 마을이었다. 여기서 19세의 알랙시스 산 마르탄이 산탄총에 맞았다. 산탄은 갈비뼈 일부를 부숴버리고, 위에 큰 구멍을 냈다.

사고 현장을 달려온 의사인 윌리엄 버몬트(1785~1853)박사는 상처를 치료하며 하루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마르탄은 죽지 않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뒤에도 총탄에 맞은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아 6㎝ 정도의 구멍을 남겼다. 여기로 위의 음식물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버몬트의 위 역할에 대한 실험은 이 구멍을 통해 시작됐다. 이전까지는 사람 위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단지 위 근육 운동이 음식을 뒤섞어 소화하기 쉽게 만든다고 생각하거나 어떤 사람은 음식물이 위 속에서 썩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최초의 실험에서 마르탄을 몇 시간 동안 금식시킨 뒤 구멍을 왼쪽으로 해서 눕게 하고 강한 빛을 비추어 위 속이 환히 보이도록 했다. 그 결과 위 속에 있는 것이 약간 신맛을 띤 점액에 침이 섞인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위는 소화시켜야 될 음식이 없을 때는 위액을 분비하지 않을 뿐더러 다음 식사에 대비해 미리 만들어져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버몬트 박사는 음식별로 어떻게 소화되는지 명주실에 여러 음식을 주렁주렁 매달아 그 구멍에 넣어 보기도 했다.그의 실험 일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1825년 8월 1일 열두시쯤,다음의 음식을 명주실오라기에 매달아 구멍을 통해 위 속에 넣었다. 음식이 구멍을 통과할 때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적당한 간격으로 매달았다. 야채 양념을 많이 한 삶은 쇠고기 한 조각, 소금에 간한 날돼지고기 한 점, 소금에 절인 생살코기 한 점, 데쳐서 소금으로 간한 쇠고기 한 조각, 묵은 빵 한 조각, 날로 잘게 썬 양배추 몇 잎이 그렇게 매달려 구멍으로 들어갔다. 각 조각의 무게는 약 3.6g이었다. 마르탄은 이와 같은 실험용 음식을 넣고도 집 근처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을 했다."

버몬트 박사는 이처럼 마르탄의 위 구멍 덕에 위와 소화액에 대한 생체 실험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사이언스 올 제공(www.science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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