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 대화정치 시동…與서 시작 野도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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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대화정치' 시동을 걸었다.상대에는 여권도 포함된다.여권부터 시작해 야당으로 넘어가는 수순으로 진행할 예정. 여권과 먼저 하는 것은 분위기를 잡기 위한 것이다.이때 주제어는 정국안정과 경제살리기. 야당으로선 부담가는 단어들이다.

金대통령은 바로 이런 점을 계산에 넣은 것 같다.야당을 암암리에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뿐만은 아니다.더 깊은 생각이 있는 듯 싶다.그것은 정계개편에 대한 구상과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다.

金대통령의 이번 여야 접촉이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金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박태준 (朴泰俊) 총재 등 자민련 간부들과 오찬을 같이했다.

대화 소재는 역시 경제와 정치안정. 金대통령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 성과를 설명하고 "외국인 투자조사단이 투자할 마음이 들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치안정과 노사정 협력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朴총재 등도 고개를 끄덕였다.

金대통령과 朴총재는 오찬 후 5분여 따로 만났다.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합공천, 정계개편 원칙문제 등이 논의됐을 공산이 크다.金대통령은 10일엔 국민회의.자민련 소속 의원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다.

이 자리에서 몇몇 의원들이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정계개편을 하자고 소리칠 수도 있다.

金대통령은 이런 다음에야 조순 (趙淳) 한나라당총재와 영수회담을 가질 계획이다.金대통령은 1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총재로 재추대될 趙총재에게 "최소한 1년동안은 협력해달라" 고 부탁할 생각이다."ASEM 성과를 경제살리기로 직결시키려면 정국안정이 절실하고 한나라당 도움이 필요하다" 는 말도 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행간을 읽어야 하는 당부란 얘기다.金대통령은 비슷한 시기에 국회 예결위원들도 만날 작정이다.추경예산안 통과에 대한 노고를 치하하는 형식이지만 야당 의원들에겐 역시 경제를 강조하며 협조를 당부할 방침이다.

金대통령은 이런 일련의 만남 등을 통해 국민에게 경제살리기와 정국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것 같다.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金대통령이 이를 모를리 없다.그럼에도 대화정치에 나선 것은 정계개편 명분 축적을 계산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여권에서 때맞춰 조기 정계개편론이 나오는 것도 심상치 않다.

金대통령은 런던에서 "야당과 담판하겠다" 고 밝힌 바 있다.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도 8일 "순전히 한나라당 의지에 따라 (정계개편 상황이) 달라질 것" 이라고 예고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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