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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29일 오후 9시10분. 파도 하나 없는 바다에 칠흑 같은 어둠과 정적이 깔렸다. 한 시간 반 전 참수리급 고속정 338호와 352호를 이끌고 해상작전에서 돌아온 연제영 소령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NLL 북쪽으로 북한 경비정과 중국 어선들이 내려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때문이다. 연 소령은 전날 밤도 꼬박 새웠다. 오전 1시 중국 어선 50여 척이 NLL을 5㎞나 넘어 내려오는 바람에 동틀 무렵까지 힘겨운 퇴거작전을 벌여야 했다. 이날 밤은 최근 남북 관계로 긴장감이 커진 탓에 해군이 직접 나서야 했다. 자칫 중국 측과 외교 문제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경고사격조차 할 수 없는 작전은 더욱 힘들었다.
10년 전의 승전, 그리고 후배가 전사한 바다로
연 소령에게 올해는 어느 해보다 의미 깊은 한 해다. 고속정장(대위) 시절 참수리 357호를 이끌고 북한 해군과 목숨 건 전투를 벌인 끝에 승리를 거둔 지 만 10년이 됐다. 다행히도 그는 총탄이 빗발치는 현장에서도 부상을 입지 않았다. 10년 전 그 해상 전투의 현장이 무섭지 않았을까.
연 소령은 “함교에서 보니 갑자기 포성소리와 함께 불빛이 번쩍였습니다. 대응 사격을 시작했죠. 그땐 겁보다는 흥분을 했어요. 아마 아드레날린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순간이었을 겁니다”고 말했다.
참수리 357호는 3년 뒤 제2연평해전에 다시 참전했다가 교전 중 침몰했다. 당시 357호를 이끌며 싸우다 적탄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바로 윤영하(당시 대위) 소령이다. 윤 소령은 그의 후임자였다.
연 소령은 그날을 기억했다. “고등군사반 교육을 받고 대전에서 진해로 내려가던 고속도로에서 ‘윤 대위가 교전 중 숨지고, 357이 침몰했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순간적으로 진공상태에 빠진 것처럼 멍해졌습니다. 당장 차를 돌려 연평바다를 지키는 2함대로 가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