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암 염려될 땐 복부초음파 검사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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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호 15면

연기파 여배우 여운계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2년 전 수술을 받고 잘 치료된 것으로 알고 있던 신장암이 폐로 전이되면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신장은 늑골 아래 끝의 좌우 양쪽에 있는 길이 12㎝, 무게 150g 정도의 장기다. 알다시피 혈액을 걸러 오줌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한다. 강낭콩 모양에 팥빛이어서 콩팥이라고도 부른다. 200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장암의 발생 빈도는 인구 10만 명당 4.7명으로, 전체 암환자의 1.6%에 해당된다. 그런데 최근 그 빈도가 급증하고 있으며, 여성보다 남성에게 2~3배 많고, 주로 40~50대에 발생한다.

신장암이 가장 많이 전이되는 곳은 폐·임파선·뼈·간, 그리고 뇌다. 신장암 역시 대부분의 다른 암처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진행 과정을 1~4기로 나눌 때 5년 생존율이 1기에 발견하면 80~100%에 이르지만 임파선에 전이된 3기에 발견되면 30% 미만으로 떨어진다.

문제는 신장암 초기에는 본인이 느낄 수 있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혈뇨(血尿), 옆구리 통증, 그리고 배에서 만져지는 덩어리 등의 증상이 있긴 하지만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중 가장 흔한 증상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다. 하지만 이것도 환자의 60%에서만 나타난다. 특히 초기에는 전체 신장암 환자의 40%에서만 소변에서 혈액이 발견된다. 복부나 옆구리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는 증상은 환자가 뚱뚱하면 잘 알 수 없다. 종양이 신장 위쪽에 생겨도 갈비뼈에 가려져 모르고 지나기 십상이다. 옆구리 통증도 신장암이 작을 때는 잘 나타나지 않고 크기가 커져 신장과 주변 장기를 밀어낼 정도가 되어야 나타난다.

또 남성 신장암 환자의 약 10%에겐 좌측 음낭에 벌레 모양으로 혈관이 늘어나 만져지는 정계정맥류가 발생한다. 정계정맥류는 건강한 남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는 일어서면 늘어난 음낭의 정계정맥이 만져지지만 누우면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반면 신장암 환자는 누워 있을 때에도 늘어난 정맥들이 음낭에서 만져진다. 그런데 신장암 환자에게 정계정맥류가 생길 정도면 종양이 꽤 커진 경우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신장암 환자의 30% 정도는 다른 부위로 암이 퍼진 뒤에야 진단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장암을 조기 발견할 방법은 없을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암 검진의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중요한 암들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지만 신장암 진단엔 미흡하다. 소변검사는 하지만 초기에는 전체 환자의 40%에서만 혈뇨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변검사가 정상이라도 40세 이상 성인이면서 흡연을 하거나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는 분이라면 추가로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신장암을 진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사선 문제도 없어 1차 검사로 효과적이다.

신장암은 발병 요인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암 가운데 하나다. 다만 많은 연구에서 흡연은 신장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반면 음주와 신장암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오히려 하루 한 잔 이상의 음주를 하는 사람이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신장암 발병 위험이 28% 정도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음주는 구강암·식도암·간암·유방암 등 다른 많은 암의 공적(共敵)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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