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파트 한채 삼키는 과외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큰 아이가 3수 (修)끝에 S대 작곡과에 입학했는데 고1때부터 5년간 들어간 과외비가 50평짜리 아파트 한채 값은 될 것입니다." 교육부와 학부모의 사교육비 실상 토론회에서 나온 한 학부모의 증언은 특히 예능분야의 사교육비 현황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다른 어떤 과외비보다 비싼 음악.미술.무용 등 예능분야의 교육체계 정리 없이 과외비 근절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아파트 한채값이면 적게 잡아 3억원 이상일 것이다.

이런 엄청난 사교육비를 투자하면서까지 자녀를 음악대에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학부모의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어린 시절 피아노 진도가 조금 빠르면 음악에 소질있는 천재아로 치부하는 학부모 환상이 자녀의 교육을 그르칠 수 있다.

이런 환상에서 한번 시작한 예능계 과외는 퇴로가 없다.실기점수를 40% 이상 반영하는 선발방식에서 타대학 진학을 택하기엔 너무 늦다.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갈 수밖에 없는 게 예능입시의 현실이다.90년초 예능계 입시 비리가 세상에 폭로되면서 나온 대책이 실기 위주의 예능교육과 학문으로서의 예능교육을 분리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설립됐다.왜 명문 대학마다 예능대학을 설치해 이런 부작용의 소지를 만드느냐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러나 반성은 예술종합학교 설치로 끝났고 종전의 예능과외는 다시 음습하게 자라 오늘에 이른 것이다.예능계 대학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새롭게 시작돼야 한다.

예컨대 학문으로서 음악학을 전공하는 대학과 실기 위주의 피아니스트로 키우는 대학을 구별해야 한다.

여기에 따라 실기 40% 무조건 반영도 차등 적용돼야 한다.줄리어드 음대나 예술종합학교의 경우 대학 아래 예비학교를 두고 영재발굴에 나선다.

음악영재라면 학교가 선발해 유명교수를 붙여 그들의 천재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교육을 스스로 시킨다.학부모의 환상을 나무라기 전에 대학 스스로 구조조정을 통해 재능있는 학생을 스스로 찾아나서는 체계를 갖춰야 예능 고액과외가 원천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