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유아용 SW 엄마들이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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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작업에는 실력도 있어야겠지만 사용자를 생각하는 세심한 노력도 필요하다. 유아용일 경우 더욱 그렇다.항상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의 칭얼거림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며 오로지 아이들의 웃음만을 위해 일하는 '소프트웨어 주부부대' 가 있다.

바로 삼성전자의 유아용 컴퓨터 '싱코' 에 필요한 타이틀을 제작하는 PD풀팀이 그들이다.총 7명인 PD풀팀은 팀장인 김승일 (金承一) 과장과 일반 사원 한명을 제외한 유아교육. 교육공학.그래픽담당자 5명이 모두 여성인데 이중 4명은 가정주부며 나머지 한명도 예비신부다.

주부부대 리더격인 이경진 (李卿珍) 대리는 "유아용 소프트웨어는 반드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야 하는데 섬세한 감각을 가진 주부들에게 제격이다" 라고 말한다.

'움직이는 그림책' 이라는 싱코용 타이틀 1장에 2백권에 해당하는 정보가 들어가도록 주부부대원들은 국내외 각종 장난감.서적을 섭렵해야 한다.

그러나 갖은 정성을 다해 만들고나도 애들 눈에는 어색할 수 있다. 일단 기본틀이 만들어지면 한달이상 유치원의 현장테스트를 거친다. 이때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분위기를 원생들이 의식하지 못하도록 개발팀원들은 최소 10m 이상 떨어져 가장 먼저 무엇부터 클릭하는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눈동자 움직임 하나까지 꼼꼼하게 잡아낸다.

최근 관심사는 우리 애들에게 적당한 색상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일년간 관찰해본 결과 미국이 원색에 가까운 강렬한 색채를, 일본은 여러 색이 섞인 탁한 것을 좋아하는 반면 우리애들은 중간 색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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