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병영동 주민들, 79년째 '병영독립만세운동' 기려 조기 게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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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울산 병영사람들이 국경일도 아닌 평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이유를 아십니까. " 울산시중구병영동 1만5천여가구 주민들은 6일 집집마다 일제히 조기를 게양했다.주민들이 조기를 게양하는 것은 올해만이 아니다.지난 1919년 이후 79년째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른 지방에서 울산을 방문한 사람들로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이 광경은 지난 1919년 서울에서 3.1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지 한달여가 지난 4월6일에 일제에 항거한 마지막 만세운동을 벌인 '병영독립만세운동' 을 되새기는 행사다.

주민들은 이날만큼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순국선열들을 위한 숙연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당시 울산 병영의 독립만세운동은 통신과 교통수단 등이 낙후돼 서울에서 3.1 독립만세운동이 있은 지 3일 뒤 서울 유학생들로부터 만세운동 소식을 전해 듣고 뜻있는 병영청년들에 의해 33일 동안 준비돼왔다.

3월 중순께 이 지역 비밀청년회 회원이었던 이종근 (李種根.57년 작고) 씨가 독립선언서를 입수, 호롱불 아래서 밤을 세워 선언서를 베끼고 태극기를 준비한 뒤 일신학교 (현병영초등학교) 운동회날인 4월5일 오전 9시쯤 학생들과 주민 5백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거사가 시작됐다.

거사는 6일까지 이어졌다.이 만세운동에서 결국 병영주민 엄준 (嚴俊).문성초 (文星超).주사문 (周士文).김응룡 (金應龍) 씨 등 4명이 일제의 총탄에 맞아 순국하고 20여명이 심한 옥고를 치뤘다.

이후 주민들은 일제의 눈을 피해 기미계를 조직, 매년 4월6일이면 인근 무룡산옥천암 등에서 봉제를 올려오다 지난 55년부터 울산시중구병영동 병마절도사 객사영지 (숙소) 를 보수, 삼일사 (三一祠) 라 칭하고 주민들이 추모제를 올려왔다.

유족들로 구성된 병영삼일사 봉제회 (회장 崔楠海) 는 병영독립만세운동 79돌을 맞는 이날 울산시장 등 4백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3.1 독립운동 순국열사 추모제' 를 열었다.

울산 =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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