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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업종 그래도 구인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경기도 의정부시 북쪽 야트막한 야산에 위치한 유양공단 입주업체 대영섬유 (0351 - 42 - 5290) . 1백평 남짓한 허름한 시멘트 블록 공장에 들어서면 자욱한 먼지 속에서 5~6명의 근로자가 분주하게 손을 놀리고 있다.

의류 하청업체인 이 회사가 하는 일은 원단의 표면을 가공해 운동복 제조업체 등에 납품하는 섬유 기모 (起毛).수세 가공작업. 하루종일 원단을 나르고 먼지 속에서 작업해야 돼 일이 고되고 작업환경도 거친데다 위험한 기계도 다뤄야 한다.

이른바 3D 사업장이다.최근 필리핀계 외국인 근로자 3명이 떠나간 뒤 구인광고를 냈던 이 회사 송인철 (宋寅喆) 사장은 "관심을 보이던 사람도 막상 와서 월급.근무환경을 직접 듣고는 돌아서고 만다" 며 "원자재난.자금난.인력난으로 결정타를 맞고 있다" 고 하소연이다.

경기도 성남시 제2공단에 위치한 우주섬유 (0342 - 47 - 8241) 의 신영선 사장도 사람을 못구해 애를 먹고 있다.

스웨터편직을 하는 직원 15명 규모의 이 회사는 최근 구미 등으로 보낼 스웨터 6만장의 주문을 받았지만 편직 숙련공이 부족한 상황. 지난달 그동안 열심히 일해 온 방글라데시 출신 2명을 내보냈지만 이들을 대체할 인력이 없는 것이다.신사장은 "수십명이 전화를 해 왔지만 격주로 야간 근무를 해야 한다는 말에 대부분 돌아서고 만다" 며 "2공단에 있는 편직.염직.피혁업체들 대부분이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고 전했다.

경기도 화성군의 플라스틱 사출성형업체인 우리산업 (0339 - 353 - 8860) 도 플라스틱 성형기를 다룰 사람을 찾고 있다.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주.야 교대근무가 필수적이라 내국인 구하기가 쉽지 않다" 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국내 업체들에선 최근 실업난 속에서도 사람을 못구해 쩔쩔 매고 있다.

그동안 이들 업체의 중요한 인력 공급원이었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원화가치 하락 등으로 한국을 떠나면서 빈 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이유다.특히 법무부가 지난 3월말까지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자진 출국 조치를 취한 뒤 4월초부터 이들에 대한 단속을 시작하면서 갈수록 빈 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3월말까지 출국한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4만6천여명으로 총 불법체류자 (약15만명 추산) 의 31% 정도가 떠났다고 밝혔다.실제 수백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있던 유양공단의 경우 요즘엔 외국인이 크게 줄어 들었다.

중소 가구업체가 밀집해 대표적인 불법체류 외국인 고용처였던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의 성생공단도 1천여명을 넘었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최근 절반 이하로 격감했다는 게 이곳 공단 관리자의 설명. 이밖에 경기도 안산.반월, 인천 남동공단, 경기도 성남, 서울 성수동 일대에서도 외국인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국내인들을 찾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이 떠난 빈자리를 국내인이 얼마나 채워갈지는 미지수다.경기도 파주의 한 플라스틱 성형업체 사장은 "가능하면 외국인보다 내국인을 쓰고 싶다" 면서도 "그러나 내국인들은 아직 3D업종에는 관심이 없다" 고 말한다.

겨우 사람을 구해도 야근은커녕 3~4시간의 연장근무도 '절대 못한다' 고 버틴다는 것. "한국 사람들 더 고생해야 한다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의식주 걱정없이 자동차까지 몰던 사람들이 월급 60만~70만원에 땀을 흘릴 수 있을는지…. " 宋사장의 한숨에서 우리 취업난의 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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