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폭락]국내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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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엔화 폭락이 거듭되면 금융과 실물 양쪽에 모두 충격을 주게 된다.당장 금리인하 노력이 물건너간다.

엔화 폭락은 국제적인 달러화 강세이므로 외환시장에서의 달러값도 크게 뛰게 된다.

환율이 다시 오르면 금리인하가 어려워진다.정부는 이달 중순께 국제통화기금 (IMF) 프로그램 2차점검 협상때 금리인하를 추진키로 했으나 환율이 오르면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입장이다.

열흘간 달러당 1천3백원대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이미 1천4백원대로 들어섰다.자칫하면 금융시장에 환율폭등.주가폭락.금리상승이라는 '3각파도' 가 다시 밀어닥칠 형국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며칠간 원화환율이 안정세를 보여왔으나 엔화폭락이 계속될 경우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 며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도 없어 환율상승을 제어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외환사정도 다시 악화될 것이다.

일본계 은행들 스스로가 어려운 형편이므로 국내은행에 돈 빌려줄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장기로 전환시킨 차입금은 계약상 만기까지 이어지겠지만 추가차입은 끊길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더 문제다.1백20억달러 (추정) 를 일본계 은행에서 단기로 빌리고 있는데 만기연장이 곤란해지고 금리도 도중에 1%포인트 이상 오를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S그룹 관계자는 "일본계 은행들이 돈줄을 죄면 국내기업의 자금사정이 크게 나빠지게 돼있다" 고 말했다.실물쪽에서는 수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4개월째 흑자행진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흑자폭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반도체.철강.조선 등이 모두 일본과의 경쟁품목이므로 가격경쟁에서 불리해진다.

지금까지 원화절하 덕에 저가 (低價) 공세를 펼치며 수출을 늘려왔으나 앞으로는 이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후지은행 서울지점의 양수호 차장은 "한국상품의 품질경쟁력이 향상되지 않아 엔저가 한국기업의 수출에 큰 부담을 줄 것" 이라고 말했다.

남윤호.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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