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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에이지 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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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27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캐슬렉스 골프장. 이종진(98)옹이 백수(白壽) 기념 라운드를 했다. ‘백(白)수’란 ‘일백 백(百)’에서 ‘한 일(一)’을 뺀 것으로 100세에 한 살이 모자란 99세를 뜻한다. 이 옹은 한국식 나이 셈법으로는 올해 99세다.

이종진옹이 40여 년 사용한 퍼터와 아이언클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모임은 이 옹의 백수를 축하하기 위해 셋째 아들인 이한수(60·㈜신진 전무)씨와 그의 친구들인 경기고 64회 동창들이 마련했다.

산업은행 감사, 대한보증보험 상임감사 등을 지낸 이 옹은 이날 맏사위 신복영(74·전 서울은행장), 둘째 아들 이연수(65·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넷째 아들 이영수(55·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씨와 함께 라운드를 했다. 4명의 나이를 합하면 292세나 된다.

이 옹은 첫 두 홀에서만 시니어 티잉 그라운드를 사용했고, 나머지 홀에선 레이디 티에서 경기했다.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120야드. 그렇지만 어프로치 샷과 퍼팅 실력만큼은 웬만한 상급자 못지 않았다.

이 옹이 골프를 처음 시작한 것은 54세이던 1966년. 구력이 44년째다. 한창 때는 핸디캡 8의 싱글 핸디캡 골퍼였다. 70년대 한양 골프장에서 열린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도 했다.

이 옹은 이날 40년이 넘은 아이언과 퍼터를 꺼내 사용했다. 라운드 도중엔 아들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아들은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를 고려해 “카트를 타라”고 권했지만 이 옹은 “그게 무슨 운동이냐”며 걸어서 플레이를 했다.

이 옹의 이날 스코어는 96타. 에이지 슈트(골프 18홀 경기에서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더 적은 타수를 기록하는 것)를 한 것이다. 이 옹은 “실제로는 103타 정도 친 것 같은데 캐디가 점수를 후하게 줬다”며 “스코어는 큰 의미가 없다. 이렇게 아들들과 함께 골프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당할 수가 없다. 골프도, 인생도 마찬가지”라며 “장수 비결은 술·담배 안 하고, 맵고 짠 음식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남=글·사진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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