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채권단, 르노삼성서 165억원 돌려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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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자동차 채권단이 2000년 프랑스 로노자동차에 삼성자동차를 팔고도 양측 간 분쟁이 생겨 받지 못했던 165억여원가량을 받게 됐다.

국제상공회의소 중재법원(ICC)은 13일 삼성차 채권단(우리은행 등 16개 금융기관과 삼성물산)이 르노 측을 상대로 낸 중재 신청에서 "르노 측은 은행에 예치한 200억원 중 165억여원을 채권단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를 전후로 인수.합병(M&A)이 많아 현재 관련 국제 분쟁만 50여건에 이르고 있어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ICC의 중재결정은 법원의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채권단은 은행에서 이자를 포함해 총 191억여원을 받게 됐다.

◇사건의 전말=삼성차 채권단은 2000년 7월 르노 측에 삼성차 공장설비와 직원을 6150억원에 넘겨주기로 하는 자산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설립된 것이다. 이때 르노 측은 현금 1100억원을 우선 주고 나머지는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또 현금 1100억원 중 200억원을 자산 양수도 후에 혹시 있을지 모를 채권단의 채무를 보증하는 금액으로 해외 은행에 예치(에스크로 어카운터)했다. 1년의 에스크로 기간이 지난 뒤 채권단은 200억원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르노 측은 거래상 하자 등이 발견됐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2002년 8월 ICC에 중재를 제기했다. ICC는 대부분의 쟁점에서 채권단의 손을 들어줬다.

◇결정의 의미=회사를 사고판 뒤 하자가 생겼을 때 일반적인 보증보다 개별적인 협상 조항이 우선한다는 결정을 ICC가 내린 의미가 있다. 즉 일반적으로 회사를 팔고 난 뒤 건물 등에 예상치 못한 하자가 생겼다면 이전 주인이 물어줘야 하지만, 책임을 묻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다면 사후에 문제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직원에 준 보너스의 경우 지급 주체를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다면 지급할 때의 주인이 부담한다는 결정이다.

이번 분쟁의 경우 회사가 완전히 팔린 것(크로징)은 2000년 9월 초였다. 르노 측은 "7~9월의 보너스를 9월에 근로자에게 지급했으니 7~8월의 보너스 분에 대해서는 이전 주인인 채권단 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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