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대책 재원이 문제다]하.정부 종합대책 의미와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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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실업대책은 소득 보상 성격의 지원보다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자를 흡수하자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일시적 실업증가는 불가피하지만 기업의 고용능력을 증대시켜 대량실업의 장기화와 고착화를 막는 것이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실업문제가 점차 심각한 양상을 보임에 따라 실업자 생계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한 흔적은 엿보인다.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전직 (前職) 실업자 (전체의 72%)에게 의료보험료를 비롯한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원키로 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정부가 이처럼 실업대책의 핵심을 수정한 것은 소모성의 생계지원 위주로 실업대책을 양산하면 실직자들의 '도덕적 해이' 를 초래하는 등 실업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그간 수차례 발표된 대책의 종합 완결판일 뿐 새로운 내용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다 설익은 대책도 눈에 많이 띈다.

우선 재원확보 문제다.

정부는 비실명장기채권 발행을 통해 1조6천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제대로 될지 미지수다.

조달금리가 8.5%로 실세금리보다 턱없이 낮은데 누가 사겠느냐는 것이다 (박성준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또 ▶국내 실업자의 해외고용 촉진▶대졸자 인턴사원제 유도▶편입 확대방안 마련▶화이트칼라 실직자를 위한 창업훈련 실시▶실직자돕기성금 모금운동 등의 방안도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직업훈련 지원확대.소프트벤처기업 지원 등 일자리 창출적 성격의 사업도 배정된 1천억원씩의 예산으로는 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앞으로 실업대책은 실업발생 규모에 따라 재원의 조달과 분배를 달리하면서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 이상헌 (李相憲) 한은 조사1부장은 "기업들은 구조조정의 긴박성을 감안할 때 유럽식의 변형근로제와 미국식의 정리해고제를 절충해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국제통화기금 (IMF) 과의 협의를 통해 고금리를 완화시켜 정리해고 압력을 완화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사회간접자본 (SOC) 투자를 선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봄직하다.

또 기존의 제도 가운데 보완할 점이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실직한지 1년이 지나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개선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퇴직한 날로부터 보름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않는 사업장이 많다.

이 부문에 대한 대통령의 지원의지가 담겼으면 좋겠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은 한마디로 '난국' 이며 이는 노사정의 공동노력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함께 인식하는 것이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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