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북풍 진상 철저 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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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권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풍사건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기로 하고 관련 정치인들을 검찰로 소환, 본격적인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여권은 그러나 정치인에 대한 사법처리는 최소화한다는 기존방침을 재확인했다.

권영해 (權寧海) 전안기부장 등 북풍공작에 연루된 전직 안기부 수뇌부는 다음주초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여권 고위 당국자는 25일 "북풍수사의 장기화가 경제난 극복 등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려 했지만 '여권내 관련자가 많아 그렇다' 는 등의 의혹이 확산돼 철저히 진상을 규명키로 했다" 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재미교포 윤홍준 (尹泓俊) 씨 기자회견건, 한나라당 정재문 (鄭在文) 의원의 북한커넥션에 대한 안기부 자체조사 결과가 이미 검찰에 통보됐으며 오익제 (吳益濟) 건도 안기부 조사가 거의 끝난 상태" 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權전부장은 다음주초 퇴원과 동시에 구속하며 오익제건 개입 사실이 드러난 박일룡 (朴一龍) 전안기부1차장은 이번주중 소환조사를 벌인 뒤 權전부장과 함께 구속할 방침이다.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은 27일 안기부 조사결과 및 처리방향 등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여권은 또 鄭의원과 북한 고위인사의 베이징 접촉을 주선한 재미교포 김양일씨에 대한 수사가 북풍공작의 실체와 배후를 밝혀내는 관건으로 판단, 신변 사후보장을 약속하며 金씨의 귀국을 설득하고 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이와 관련, 고위 사정당국자는 이날 "정치인에 대한 소환은 최소화할 것이며 사법처리되는 정치인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재문의원의 대북 자금전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면서 "전직 안기부 직원에 대한 사법처리도 최소화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權전부장의 할복소동과 관련, "그런 일만 없었으면 한 두명만 사법처리하려 했으며 權전부장 또한 영장청구를 하지 않도록 검찰과 협의하려 했다" 고 말해 權전부장 소동으로 사법처리 폭이 다소 확대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한편 여야는 국회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한 뒤 '긴급 현안질의' 를 통해 북풍 공작의 정치권 관련 여부와 진상규명 방법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여권은 북풍사건이 지난해 대선 당시 야당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 (舊) 정권과 안기부의 공작으로 이를 사주한 배후세력의 실체를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안기부 문건에 나타난 국민회의측 인사들과 북한과의 연계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국정조사권이 발동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일현·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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