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호주 존 휴즈 감독의 '내가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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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꿈을 꾸었다. 아기의 입 속으로 독수리가 꼬리를 들이미는 것이었다.

뒷날 프로이트는 여기서 독수리의 꼬리는 바로 엄마의 유방이라고 해석했다" .

심리학교수인 제레미의 목소리가 배경에 깔리면서 카메라는 서서히 벽에 걸린 다빈치의 그림 '성 안나, 마리아와 아기 예수' 를 비춘다.

도입부만으로도 '내가 쓴 것' 의 스토리가 꽤 지적인 내용이 될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과연 고품격 미스테리물이다.

제레미가 친구인 소설가 크리스토퍼 부부 사이의 애정생활에 개입하면서 벌어지는 삼각관계가 뼈대다.

누가 썼는지 확인되지 않는 포르노성 소설이 이야기를 매개한다.

영화는 세 시점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크리스토퍼가 파리에서 벌인 불륜을 그린 소설의 관점으로 흑백화면과 스톱모션기법을 통해 몽상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두번째는 크리스토퍼의 부인 소렐이 소설 속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다큐멘터리식으로 냉정하게 묘사된다.

마지막은 억압된 성적 욕망에 시달리는 제레미의 관점으로 화면은 화려한 칼라에다 차분하게 인물을 따라간다.

막판 반전이 극적 효과가 적어 아쉽다.

호주감독 존 휴즈의 96년 작품이다.

4월4일 개봉.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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