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의 9개 교향곡 피아노 완주…11시간21분 대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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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 14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는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마라톤 콘서트가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밤 9시21분까지 11시간21분 동안 말러의 9개 교향곡 전곡 (全曲) 이 연주된 것. 6개월 동안 준비작업과 연습을 거쳐 마침내 무대에 오른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은 다름 아닌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편곡. 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와 첼리스트 줄리안 로이드 웨버의 반주자로 활동중인 벵트 포스버크를 비롯,에릭 리스버크 등 스웨덴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이 대거 연주에 참가했다.

이날 연주회에 참석한 청중은 5백 여명. 그중 10명은 화장실 갈 때만 제외하고는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19세기 작곡가들의 교향곡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방법은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편곡 악보를 출판하는 것. 리스트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피아노로 편곡했고 말러는 청년시절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3번' 을 피아노로 편곡했다.

말러의 교향곡 제1번과 제2번은 그의 조수였던 지휘자 브루노 발터가 2대의 피아노로 편곡했으며 제6번은 알렉산더 젬린스키, 제7번은 이탈리아 작곡가 알프레도 카셀라 (1883~1947)가 각각 편곡했다.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들이 각 가정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한 이 피아노 편곡악보는 레코딩 발명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음악애호가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보다 수동적인 감상을 즐기는 추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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