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전 8시쯤 관악구 봉천동 서울법학원 앞에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30, 40대 남성들로 크게 붐빈다.
지난해말 대기업 S사 부장직을 끝으로 명예퇴직한 朴모 (43) 씨도 그 가운데 한 사람. "남들 이목이 신경쓰여 넥타이에 정장 차림으로 다닌다" 는 朴씨는 "딸 아이가 고3이라 그냥 놀 수 없어 감정평가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지난 1월 D증권에서 퇴직한뒤 신림동 고시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梁모 (36) 씨는 "회사가 직급별로 비율을 정해 정리하는 과정에서 '살생부' 에 올랐다" 고 털어놓았다.
인근 서점과 고시연구원에 따르면 실직자는 물론 자격증 있는 안정된 직업을 찾아 일부러 직장을 그만두고 뒤늦게 '고시계' 에 뛰어든 사람들이 지난해 1~2월에 비해 10%가량 늘었다.
1천~2천여명으로 추산되는 신림동 일대 늦깎이 고시생들의 평균 연령은 35세. 고령자들은 비교적 단기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법무사.주택관리사등의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초 부산 A은행을 그만둔뒤 서울로 올라온 金모 (41) 씨는 "퇴직시기를 놓치면 1~2억에 달하는 위로금마저 못받게 돼 지난해 11월 사표를 내고 감정평가사 공부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고시업계 관계자는 "4~5월 고시학원들이 본격적으로 개강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고시촌으로 몰려 올 것" 이라고 내다봤다.
배익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