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늘자 금융기관 바빠졌다…대출금 조기상환 종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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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불황과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이 늘면서 개인대출의 연체가 부쩍 증가하자 금융기관들이 실직자들에 대한 대출금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대출고객이 만기전에 실직당하거나 다니던 직장이 부도가 난 사실을 확인하면 즉시 대출금 조기상환을 종용하고 있고 카드사들은 카드 유효기간 만기연장을 거부하고 있다.

은행.카드.보험사들은 대부분 "가입자의 신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발생하면 대출기간 이전에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는 대출약관을 이용하고 있는데 실업이나 직장부도는 '신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금융기관은 거래업체가 대규모 정리해고나 명예퇴직을 시행할 경우 퇴직자 명단을 입수해 대출을 받고 있는 직원들을 파악, 특별관리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국민.주택.조흥 등 개인대출이 많은 은행들은 신용대출 회수전담팀을 구성해 실직자들의 대출금 관리를 맡기기로 했다.

S은행 관계자는 "실직당했다고 무조건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조기상환을 유도하고 있다" 며 "금리가 높으니 퇴직금으로 대출금을 먼저 갚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득한다" 고 말했다.

조기상환이 어려울 경우 은행들은 대출금의 10~20%라도 먼저 갚은 뒤 새로 부동산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인을 세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일부 신용카드사들은 기업이 부도를 낼 경우 사용중이던 법인카드뿐 아니라 임직원 개인 카드도 사용을 중지시키거나 유효기간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도 최근 개인 연체가 늘어나자 다음달부터 실직자에 대해 만기연장이나 신규대출을 해주지 않기로 원칙을 세웠다.

현재 금융권 가계대출은 1백조원을 웃돌고 있는데 이 가운데 연체중인 대출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에 이르는 7% 수준이며 선발 시중은행만 따지면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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