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연구회서 본 안기부 긴급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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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가정보연구회 (회장 金鎭炫) 의 문정인 (文正仁.연세대 정외과) 교수 등이 권영해 (權寧海) 전부장의 할복소동까지 이어진 안기부를 위한 긴급처방문을 내놓았다.

국가정보연구회는 95년 2월 우리나라의 안기부 등 각국의 정보기관을 연구하기 위해 전공학자들이 모여 만든 국내 유일의 '안기부 연구단체' 인 셈이다.

그해 10월엔 윌리엄 콜비 전 미 중앙정보부 (CIA) 국장 등을 초청, 세계정보학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 위기적 상황 = 權전부장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직무상 알게 된 국가기밀을 공개하는 상황이 가장 걱정된다.

법정에서 이런 일이 터질 수 있다.

특히 자신을 '우익의 투사' 로 규정, 현정권과 정면으로 이념대결을 선언할 수 있다.

극우세력들이 이에 호응해 소모적인 좌우익 사상전쟁이라도 벌어지면 국제통화기금 (IMF) 경제극복은 불가능하게 된다.

국가 정보조직들 사이엔 크든 작든 정보교환이 활발한데 다른 나라들의 정보조직이 안기부를 더이상 믿지 못하고 정보제공을 거절하는 사태가 우려된다.

남북한.중국에 광범위하게 펼쳐진 정보망의 일시적 마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물노출은 필연적으로 조직노출로 이어지고, 조직노출은 국가정보기관을 불구로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도 이런식의 문제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지만 언제나 당사자.수뇌부의 문제로 처리됐다.

작금의 안기부 문제는 부장.차장, 필요하다면 1급선에서만 정리돼야 하며 그 이하의 정보전문가들은 전원 보호돼야 한다.

그래야 정보조직이 산다.

◇ 대통령이 중요하다 = 정보기관에서 생산된 정보의 최종 수요자는 대통령 1인이다.

대통령이 안기부를 국가안보를 위해서만 봉사하게 하겠다는 결심이 굳으면 '국가정보의 정치화' 문제는 사라진다.

우리 안기부법도 꽤 괜찮게 돼 있다.

부장과 직원의 정치개입을 엄금하고 정부 각 부서에 대한 보안감사권이 폐지됐다.

잘 지키기만 하면 된다.

법과 제도를 자꾸 바꾸는 것보다 '잘 운영하겠다' 는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부장은 정치적 인물을 임명하더라도 차장 이하는 내부에서 성장한 정보전문가들을 써야 한다.

◇ 분리형은 반대 = 제도개혁안중에 안기부를 국내 수사와 해외 정보로 나눈다는 얘기가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의 연방수사국 (FBI) 과 CIA 같은 체제는 어디까지나 미국적인 체제일 뿐이다.

대북 첩보 및 수사에서 국내와 해외부분의 유기적 관계는 대단히 중요하다.

정리 =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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