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감사 결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모든 국민을 고통 속에 몰아 넣은 환란 (煥亂) 은 경제정책 결정권자들의 위기보고 묵살, 대통령의 상황판단력 부재, 정책 실기 (失期) 까지 겹친 인재 (人災) 였다.

한승헌 (韓勝憲) 감사원장서리가 지난 21일 밝힌 외환위기 감사결과에 따르면 강경식 (姜慶植) 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 (金仁浩) 전청와대경제수석은 우리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지난해 11월14일에야 IMF 구제금융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에게 공식보고했다.

◇ 보고묵살.위기은폐 = 11월14일 보고는 그나마 "정치적 부담이 따를 것" 정도였을 뿐 재정.금융상 위기에 대한 보고는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10월과 11월6일 한국은행이 거듭 건의한 비상대책 시행안중 외환위기의 심각성과 IMF 구제금융 신청의 불가피성을 지적한 부분은 金전대통령에게 전하지 않았다.

구제금융 신청을 1주일 앞둔 11월12일까지도 姜전부총리는 긴박한 외환시장 상황을 제외한 채 금융시장 안정책만을 보고했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金전대통령은 구제금융 신청 직전까지 외환위기는 물론 구제금융 신청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또 재경원은 지난해 14차례에 걸쳐 민간.국책연구기관에서 건의.발표한 외환위기 경고와 대책을 묵살했다.

◇ 정책실패 = 韓원장서리는▶기아사태 방치▶금융시장 안정책과 부실금융기관 정리 실기▶종금사 인허가 남발 등을 환란을 초래한 재경원의 정책실패로 지적했다.

특히 재경원과 한은은 지난해 자구노력이 미흡한 금융기관에 1백65억달러를 장기저리로 지원한 뒤 회수에 태만, 외환보유고를 감소시켰다.

또 외환시장 개입과 중단을 반복, 대외신뢰도를 저하시키면서 2백60억달러를 쓰고도 환율방어에 실패했다.

◇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 = 韓원장서리는 "외환위기의 원인과 실상을 파악, 과감한 수습에 나서고 IMF 자금지원 요청시기와 규모에 대해 지도력을 발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고 지적했다.

金전대통령은 서면답변서에서 "외환.금융위기를 초래한데 책임을 느끼고 국민에게 죄송스럽다" 고 밝혔지만 무엇이 책임인지 언급하는 데는 인색했다고 韓원장서리는 공개했다.

◇ 정부의 위기대처능력 부재 = 구제금융 신청이 물밑에서 진행되던 지난해 11월19일에도 신.구 부총리간의 업무인수인계조차 되지 않았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