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근 '남북대화' 발언…외교통상부 공개, 일부선 '아니다'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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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네바 4자회담에 참석중인 북한의 이근 (李根)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가까운 장래의 남북대화 용의' 를 밝혔다는 외교통상부장관의 국무회의 보고를 놓고 혼선이 일고 있다.

새 정부가 적극적인 남북 직접대화 의지를 밝혀온 마당이라 李차석대사의 발언내용대로라면 '반가운 첫소식' 일 수 있지만 기대와 달리 그 내용은 실상과 다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박정수 (朴定洙) 외교통상부장관의 국무회의 보고내용은 17일 오전8시 제네바 현지의 유명환 (柳明桓) 북미국장으로부터 전화로 전달받은 내용. 최정일 (崔禎鎰) 장관보좌관이 柳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근의 발언내용을 확인, 朴장관에게 전했고, 오전9시 국무회의때 朴장관이 바로 보고한 것. 장관의 국무회의 발언후 柳국장이 확인을 요청하는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에게 밝힌 이근 차석대사와의 대화내용은 이렇다.

" '가까운 시일안에 공식적인 남북대화를 할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이거 4자회담을 꼭 해야 돼' 라고 李차석 대사가 말했고, 나 (柳국장) 는 '4자회담은 계속해야지' 라고 답했다" 는 것. 이 대화는 지난 17일 (현지시간) 저녁 중국대표단이 주최한 리셉션장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의 실무관계자들은 李차석대사가 남북대화를 개최하자는 뜻을 '제의' 해 왔다기보다 남북대화와 4자회담의 관계에 대한 우리측 의도를 한번 떠보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당국자는 "4자회담의 향후 용도폐기 여부를 묻는 쪽에 비중이 가있는 것" 이라고 해석했다.

대화장소 자체가 리셉션장이라는 스쳐지나가는 자리였던데다 북한외교부 미주과장을 마치고 나간 李차석대사가 우리의 과장과 국장급 중간인 심의관급이어서 남북대화 채널이 될 만한 위치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북한은 남북관계 담당부처인 당의 대남사업부나 조평통 (祖平統.조국평화통일위원회) 이 4자회담 담당인 외교부에 그 권한을 거의 위임해주지 않는다는 점도 그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결국 朴장관의 국무회의발언은 이근이 언급한 의미가 다소 확대전달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외교통상부 내부에서도 우세한 실정이다.

특히 남북대화 주무부서로 문무홍 (文武洪) 차석대표를 제네바에 파견한 통일원측은 "사전에 현지의 조율도 없었고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며 불쾌한 내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확대했거나 한건주의식으로 일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설혹 북한측이 남북대화를 '은밀히' 제의해 왔다하더라도 훈령을 요구받는 상황이지 회의석상에서 바로 공개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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