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사건 정치권 수사 않기로…여권, 조기매듭 방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북풍 (北風) 사건' 을 조기에 매듭짓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안기부 '해외공작원 정보보고' 문건의 외부 유출로 옛여권 수뇌부를 포함한 정치권 전체로 파문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 관련, 더 이상의 사태 장기화가 국익에 결코 이롭지 않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정치권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은 다만 '진상은 철저히 밝히되 처벌은 정치성을 배제한다' 는 원칙을 세우고 다음주중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 金대통령 발언 = 金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이 땅의 정치를 망쳐놓은 북풍에 대해서는 정치를 떠나 공정하게 밝히겠다" 면서 "그러나 (북풍사건) 처리방법은 정치성을 띠어선 안된다고 생각하며 과거에 대한 정치보복 수단이 돼서도 안된다" 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북풍관계 문서 일부를 읽었다" 고 전제한 뒤 "그중엔 한심한 것도, 터무니없는 것도 많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잘못하면 북한공작에 이용당할 수도 있다" 고 우려를 표명했다.

金대통령은 "안기부.검찰 등 수사기관의 공정한 조사에 맡기고 그 결과를 보고 필요하다면 국민과 상의하겠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진실규명을 하되 관계자 처리는 국민여론을 감안해 결정하겠다는 뜻" 이라고 설명했다.

◇ 조기수습 방침 =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은 18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 안기부의 조사내용을 설명하고 "대북 (對北) 커넥션 의혹이 추가된 만큼 철저한 자체조사를 벌여 빠르면 주말께 중간조사결과를 국민에게 발표할 것" 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은 또 안기부의 내부문건 유출로 파장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조사를 조기 매듭짓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특히 정치권에 대한 조사로 확대할 경우 국가경제위기 극복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 여야 영수회담 = 金대통령은 안기부의 자체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음주중 조순 (趙淳) 한나라당 총재와 여야 영수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청와대의 제의형식으로 이뤄지게 될 것" 이라며 "조만간 金대통령의 메시지가 趙총재에게 전달될 것으로 안다" 고 전했다.

◇ 한나라당 대응 = 주요 당직자회의는 안기부 李부장과 나종일 (羅鍾一) 2차장의 파면을 촉구하고 북풍관련 문건을 유출한 국민회의 정대철 (鄭大哲) 부총재에 대해 국가기밀누설죄를 적용, 구속할 것을 요구했다.

趙총재는 "안기부 문건이 외부에 유출되는 것은 저의가 있는 것 같다" 면서 "이는 국가기강의 해이며 국가존립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철저히 밝혀야 한다" 고 촉구했다.

◇ 북한의 역공작 = 북한이 안기부의 공작을 역이용해 안기부 와해공작을 벌여온 사실이 18일 안기부 자체 감찰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지난해 10월초 고위급 인사를 베이징 (北京)에 파견, 이같은 공작을 벌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며 "당시 북한은 베이징과 선양 (瀋陽)에서 4~5개의 남북정보기관간 커넥션을 가동, 공작을 벌였다" 고 말했다.

당국자는 또 "북한은 지난해 9월 우리 정보기관의 공작으로 서관희 노동당 농업담당비서 등이 간첩혐의로 처형되자 보복차원에서 와해공작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 며 "당시 해외공작실의 활동보고서를 확보, 관계자를 조사하고 있다" 고 밝혔다.

북풍공작의 현장실무자인 송봉선 전해외조사실 단장은 자체 감찰팀에 "북한측의 역공작 사실을 대선후 공작사업 평가과정에서 파악했다" 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두우.·이상일·이정민·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