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노인 불치병·죽음 미리 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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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사는 홍정희 (45) 씨는 지난해 부친상을 치른후 불치병에 걸렸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초 친정아버지 (당시 71세)가 위암진단을 받자 수술여부를 두고 6남매간에 이견이 많았던 것. "수술을 한다고 완치도 못하고 고통을 받느니 같은 기간이라도 편하게 맛있는 것 해드리자" 는 의견과 "수술도 한번 못해보고 돌아가시게 하면 얼마나 후회스럽겠느냐" 는 주장이 반복된 끝에 결국 성공률 20%에 기대를 걸고 수술을 결정했다.

그러나 수술후 환자는 혈소판 감소증이란 합병증으로 한달도 채우지 못하고 사망했다.

'자식들 마음 편하자고 공연히 수술을 해서 빨리 돌아가시게 했다' 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던 홍씨는 자녀들에게 "나는 나중에 나이들어 암에 걸리더라도 절대로 수술하지 말라" 고 다짐해두고 있다.

고령의 부모가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리게 되면 자녀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인가' 를 두고 고민하기 마련. 누구도 확실한 조언을 해줄 수 없으므로 불치병이나 죽음에 대한 대비는 본인 스스로 해둬야 본인과 가족에게 모두 후회가 없다.

한국노인의 전화 서혜경이사는 "죽음에 대한 준비없이 살다가 불치병에 걸린 노인 중에 생명에 대해 지나친 집착을 보여 가족들을 안타깝게 하는 경우가 많다" 면서 "건강할 때 미리 유언장을 써두는 것이 필요하다" 고 말한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김미혜교수도 "평소에 가족들과 죽음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어느정도 합의된 내용을 정리해둘 것" 을 권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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