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비어스 50년 만에 미국서 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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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비어스가 약 50년 만에 미국에서 영업을 재개할 전망이다. 미 사법당국과 10년이나 끌어온 독과점 소송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을 무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드비어스는 13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연방지법에서 산업용 다이아몬드 가격 담합 혐의를 인정하고 최고 1000만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사법 당국과 합의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다이아몬드 원석(原石)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온 드비어스가 이런 혐의를 인정하면 거래 회사들로부터 줄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담합을 시인한 것은 미국 시장에 다시 진출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드비어스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공업용 다이아몬드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한 혐의로 1994년 미 법무부에 제소당했다.

하지만 재판에 응하지 않아 최대 보석 시장인 미국 영업이 금지됐다. 지금껏 중개상을 통해서만 미국 내 장사를 해 온 이유다. 이 회사는 미 정부에 소 취하를 여러번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가격 조작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을 물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드비어스가 태도를 바꾼 것은 마케팅 전략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이아몬드 원석 사업에 이어 가공 다이아몬드 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어서 미국 시장 상륙이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이 회사가 미국에 발을 들여놓으면 2차 세계대전 후 유사한 혐의로 기소돼 미국에서 철수한 지 거의 50년 만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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