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PC통신에 매일 小史 올리는 손혁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어느 네티즌의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전화로 PC통신에 접속한다.

도착한 편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나니 문득 '오늘은 어떤 날일까' 궁금해진다.

곧 열린광장 (PLAZA) 게시판에서 '오늘은' 이란 제목의 글을 검색한다.

과거 2천년 동안의 하루 역사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정치학 박사 손혁재 (孫赫載.45.경기안양시부림동) 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이기도 한 그는 1년전부터 '오늘의 소사 (小史)' 를 하루도 빠짐없이 PC통신에 뛰우고 있다.

이 게시판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 평균 1시간. 통신회사로부터 돈을 받고 하는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꾸준히 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날의 역사를 되돌아 보며 새로운 하루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 "처음엔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나우누리 동호회에 글을 올렸어요. 반응이 좋길래 공개게시판에도 게재했더니 요즘엔 20여군데 동호회에서도 요청이 들어와 무척 바쁩니다" 孫씨가 주로 다루는 내용은 역사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 사건, 과학적 발견, 인권관련 사건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으로 '오늘은' 을 읽지는 않는다.

자극적인 제목의 게시물에만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종종 "왜 이런 글을 올리냐" 며 시비를 붙기도 한다.

또 "여자친구 생일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 며 애교있는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유용한 정보를 알아볼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 한 '오늘은' 은 내일도 계속될 것" 이라는 孫씨는 "어디선가 제 글을 보고 있을 누군가에게 조그마한 보탬이 된다는데 만족한다" 고 말했다.

배익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