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표 잃을까 한강 오염단속 팔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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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5일 오후2시. 1천5백만 수도권 시민의 상수원인 팔당호에서 10㎞ 떨어진 경기도광주군광주읍 직리. 마을 어귀에서 산모퉁이까지 직리천을 따라 도금.가구.염색.직물 등 소형 공장 1백여개가 들어 서 있다.

직리천에는 드럼통.스티로폼.톱밥.기름찌꺼기 등 각종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곳곳에 불법 소각 흔적이 뚜렷하다.

비가 오면 쓰레기들이 한강 지류인 경안천을 따라 상수원으로 유입될 것이 뻔하지만 단속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않고있다.

직리천변 D금속 朴모씨는 "쓰레기를 치우려면 덤프트럭을 동원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찮아 대부분 그대로 방치하거나 태워 버리고 있는데 아무 탈이 없다" 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광주읍 목리와 광주군 오포면.초월면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2백여 소형공장중 80% 가량은 무허가인데다 각종 쓰레기를 팔당호 지류변에 마구 버리고 있다.

환경단속에 1차 책임이 있는 지자체가 지방선거를 두달여 남겨두고 지역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장에 대한 단속을 벌이면 표 (票) 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에 따라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광주군 관계자는 "관내 공장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이 효자노릇을 하는데다 업주가 지역유지인 경우가 많아 단속에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고 털어놓는다.

한강줄기인 경기도하남시 미사동 미사리조정경기장 옆 한강 둔치지구에도 무허가 음식점 30여 곳이 버젓이 영업을 하며 오.폐수를 한강으로 마구 쏟아붓고 있다.

이곳 주민 金모 (63) 씨는 "85년부터 음식점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이제는 불야성을 이뤄 잠을 못 이룰 정도다.

하남시에 아무리 진정을 많이 해도 거들떠 보지 않아 '행정 사각지대' 가 돼 버렸다" 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같은 현상은 94년부터 중앙정부가 공단내 오염배출업체만 단속하고 그외 지역의 업소와 공장 등에 대한 환경 단속권은 지자체에 넘기면서 부터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경기도의 경우 남한강 주변에 유흥업소와 공장은 계속 늘어나고 수질은 점차 악화되고 있지만 단속에 적발된 업소는 95년 1만8천7백9건에서 96년 1만7천7백50건, 97년엔 1만3천9백69건으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부터는 단속마저 뜸해 업주들 사이엔 '선거때까지는 안심' 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김춘이 (金椿伊) 간사는 "정부.지자체.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상설 단속반을 구성하는 등 종합적인 한강보호대책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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