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벌줄때 흥분하면 헛일…잘못한점 납득시켜 수치심 안갖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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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귀하고 사랑스러운 자녀이지만 늘 부모 마음에 흡족한 행동만 하는 건 아니다.

아이가 비뚤어진 행동으로 속을 썩일때 어떻게 벌을 주고 제재를 가해야 할지는 모든 부모의 고민거리다.

교육전문가들은 "아이의 잘못을 효과적으로 지적하고 고쳐주기 위해서는 부모가 감정을 앞세우지 말아야 한다" 고 조언한다.

말로만 혼을 내든, 벌을 세우든, 반성문을 쓰게 하든, 매를 들든 간에 부모가 흥분해서 어쩔줄 모르는 상황에서는 어떤 교육효과도 기대할수 없다는 것.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교수는 "무엇이 잘못인지를 아이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고 말했다.

이성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아이가 잘못임을 받아들이도록 한후 아이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벌을 줘야 한다.

되도록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벌을 줘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벌의 종류는 손을 들고 서 있게 하는 식으로 신체적인 고통을 주는 것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오락게임이나 TV시청등을 당분간 못하게 해 실질적인 손해가 가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 어떤 벌이라도 아이가 받을만하다고 납득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별 방법을 다 써도 아이가 같은 잘못을 계속할 경우 부모는 체벌의 유혹을 느끼기 쉽다.

고려대 교육학과 임규혁교수는 "체벌은 죽어가는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극약과 같은 것으로 때로 획기적인 교육효과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체벌과정에서 부모 감정이 격해지기 쉬운만큼 부작용이 더욱 심각하다" 고 말한다.

특히 부모가 손발.몽둥이등을 이용해 신체부위를 무차별적으로 때리는 것은 이미 '교육과정' 이 아닌 '폭력행위' 로 오히려 아이에게 부모에 대한 원망과 폭력모방만을 심어주게 된다는 것. 부득이 하게 매를 들어야 할때도 미리 매의 수를 정해두고 손바닥이나 종아리등 일정한 곳에만 매를 대야 아이가 인간적인 모욕감을 느끼지 않는다.

학교 교육에서의 체벌 역시 부모가 신경써야 할 부분. 지난해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가 전국 교사 1천6백명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 교사 85.9%가 체벌의 필요성을, 94.3%는 "체벌이 효과가 있다" 고 응답, 체벌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

아이가 교사에게 납득할 수 없는 감정적인 체벌을 당하고 왔을때 부모가 무턱대고 학교에 항의한다거나 교사를 비난한다면 아이는 학교교육 전체를 불신하게 되므로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다.

그렇다고 교사의 체벌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에게 폭력불감증을 심어줄 수도 있으므로 부모는 일단 교사가 폭력을 쓴 것은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후 아이에게 잘못이 없나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상담실 남경아 상담간사는 "교사체벌 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 대부분은 아이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두려워 묵인하고 있는 형편" 이라며 "다른 학부모들과 연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말한다.

특히 교사의 체벌이 ▶발로 차고 따귀를 때리는 등 감정적.즉흥적이거나▶모욕적인 언어폭력을 동반하고▶반장등 다른 학생을 시켜 때리게 하는등 비교육적인 형태로 반복될 경우 우선 해당교사와 상담을 통해 부모의 심정을 전한후 그래도 계속될 경우에는 교육청에 민원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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