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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독립영화 대부' 최양일 감독에 듣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지난 6일 개막한 제2회 서울국제독립영화제는 '일본영화 한마당' 을 방불케했다.

재일교포 최양일감독의 92년 작품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를 비롯해 모두 10편의 일본영화들이 초청, 상영돼 연일 객석이 가득 찼다.

성황의 원인은 근자에 세계유수영화제에서 일본영화가 성가를 드높이고 있는 데다 일본대중문화 개방일정이 불투명해 '금지된 것을 소망' 하는 '거품' 까지 더해져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막 다음날 '한.일 독립영화 세미나' 에 참석한 최양일감독 (49) 과 교포 제작자 이봉우 (38) 씨는 일본영화의 저력은 독립영화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TV방송사들이 독립영화 지원에 적극적이라는 언급은 한국영화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는 일본의 젊은 영화인들 사이에 '독립영화 (인디영화) 의 아버지' 로 통한다.

나는 젊은 감독들을 격려하고 때로는 꾸짖기도 한다.

이들에게서 내일의 일본영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쇼치쿠 (松竹).도에이 (東映).도호 (東寶) 같은 메이저영화사들이 있지만 요즘은 메이저와 독립영화 사이의 구별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감독들 가운데 독립영화를 고수하는 사람도 있지만 독립영화를 하다 메이저로 옮기기도 하고 반대로 메이저에서 독립영화로 넘어오기도 하는등 경계가 없다.

그렇더라도 메이저의 바깥에서 비상업적인 영화를 찍기는 여전히 아주 힘든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외국영화제에서 수상하는등 괜찮은 영화들이 거의 모두 이런 독립영화들에서 나온다는데 일본 영화의 모순이 있는것 같다.

나는 오시마 나기사감독의 '감각의 제국' 에서 조감독을 하다 83년 '10층의 묘기' 로 데뷔했다.

17년간의 감독생활중 11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중 5편만 메이저사에서 제작했고 나머지는 독립영화의 제작.배급방식을 따랐다.

93년에 나온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는 그 해 일본의 웬만한 영화관련 상은 거의 휩쓸 정도로 대단한 반응을 얻었다.

택시기사인 조총련계 재일교포를 내세워 일본에 사는 외국인들의 문제를 다룬 영화였다.

교포 제작자 이봉우씨와의 만남이 이런 영화를 가능케했다.

메이저사에서 계속 일했다면 이런 영화는 못 만들었을 것이다.

영화계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나오자 영화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달은 어디서…' 를 통해 영화라는 매체를 재인식하게 됐다.

독립영화집단은 결코 아마추어집단이 아니다. '인디 (펜던트)' 라는 형식을 빈 프로집단이라는 걸 명심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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