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교대'를 넘어 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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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 정부의 장.차관 인사가 끝났다.

인사는 잘됐든, 못됐든 뒷말이 있게 마련이듯 이번 인사도 명암 (明暗) 이 드러나고 있다.

장관인사가 정치인 중심으로 짜여져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많았으나 다행히 차관인사는 해당부처의 전문관료 중심으로 이루어져 상호보완이 가능해졌다.

장관이 정치적 결정을 하면 차관이 이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게 돼 업무의 전문성.연속성 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장관인사에는 호남.충청인사가 절반을 넘었으나 차관인사는 지역.학교 등이 그나마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를 통해 부처에 따라서는 새 바람이 일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30년 넘게 특정지역 인맥이 주도권을 쥐었던 곳에서 새 사람들이 포진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또 외교통상부 같은 곳은 외교관 출신이 아닌 정치인이 장관이 돼 관료적 무사안일에 빠져 있던 부처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부정적인 시각도 공존한다.

차관인사에서는 지역안배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내막을 파고 들면 핵심적인 자리의 경우는 특정지역 인사들이 물러난 자리에 또 다른 지역 인사들이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기관이란 이른바 10대 핵심자리에 7명이 호남.충청인사로 채워졌다니 PK (부산 - 경남) , TK (대구 - 경북)가 떠나고 MK (목포 - 광주)가 득세한다는 얘기가 시중에 파다하다.

물론 정권을 차지한 쪽에서 요직을 차지하는 것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이러한 요직배분의 기준이 지역주의를 근거로 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새 정부는 이러한 지역주의가 국가악 (惡) 이라 하여 지역등권론을 내세우며 집권했지 않은가.

이런 식이라면 결국은 정권교체라는 것이 '지역교체'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특히 이러한 지역편중이 권력기관을 중심으로 두드러지다는데 문제가 있다.

검찰.경찰.안기부 등 권력기관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주요한 통치수단이었다.

따라서 권위주의 정권은 이 기관들에 특별한 관심과 혜택을 주었으며, 믿을만한 측근 인맥들만 포진시켰다.

새 정부는 선거에 의한 첫 정권교체를 했다며 민주주의를 제일 앞세우는데 권력기관에 대한 인사는 권위주의 시절을 답습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 정부도 이 기관들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인가.

안기부 인사만 보더라도 주요 요직을 핵심 측근들로 포진시키고, 특히 기조실장의 경우 이미 김영삼정부때 현철씨의 핵심인맥이 문제를 빚었는데 이제 金대통령도 최측근을 배치했다.

장.차관 인사에 이어 이번주중 각부처 간부인사가 뒤따를 예정이다.

관가 내부에서는 이 역시 특정지역 우대와 편중으로 짜여질지 걱정하고 있다.

장관급은 몰라도 적어도 직업공무원 체제에서는 능력 위주의 메리트 시스템이 가동돼야 정부가 제대로 움직인다는 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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