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 '조용한 수사' 왜 나왔나…"북풍수사 표적사정" 여론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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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대통령은 9일 안기부 '북풍공작사건' 의 조용한 진상규명을 희망했다.

金대통령은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을 통해 북풍조사는 정치보복이나 표적사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朴대변인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다는 金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이종찬 안기부장에게도 소리 안나는 조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이 이런 당부를 하고 언론에도 알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朴대변인은 "북풍 문제로 국민들의 경제마인드가 떠나가고 전 사회가 술렁거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경제를 생각할 때인데 경제가 실종되고 있어 청와대로선 당혹스럽다" 고 덧붙였다.

그럴듯한 얘기다.

하지만 단순히 경제만을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적 부담을 덜려는 의도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북풍수사를 정치보복과 표적사정으로 보는 시각을 교정해 보려는 생각인 듯하다.

국민들에게 사정바람이 대단했던 'YS초기' 를 연상시킬 경우 취약한 집권기반을 다지는데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보아진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여권에서 북풍문제를 의도적으로 꺼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며 "검찰 수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 임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일 듯 싶다.

총리인준 문제 등을 풀기 위한 대야 (對野) 메시지일 수도 있다.

권력의 힘은 이미 과시한 만큼 한나라당을 안심시켜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朴대변인이 " (인준투표에) 하자가 있으면 깨끗이 재투표해도 좋다" 고 말한 대목은 음미해 볼만 하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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