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제바뀐 재경부등 직원들 무보직…경제부처 일손 안잡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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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새 정부가 들어선지 보름이 다 되도록 경제정책이 제 줄기를 못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속에서 풀어갈 문제는 산적해 있지만 이제 겨우 차관 인사가 끝난 정도여서 결재라인조차 짜여지지 않았다.

이 바람에 IMF와의 합의사항을 지키는데도 차질이 빚어져 자칫하다간 국제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부처 가운데 직제가 바뀐 재정경제부나 산업자원부.외교통상부는 직원들이 모두 무보직 상태고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등 일부 주요 보직은 아예 공석이다.

부실금융기관 처리와 금융기관 감독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의 구성원이 결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재경부와 금감위간에 업무분장이 모호해 적지않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기획예산위원회는 옛 재정경제원에서 올 사람이 확정되지 않는 바람에 현재 소비자보호원에 마련한 임시사무실에 위원장과 총무과장만 덜렁 앉아 있는 기형적 모습이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9일 "많은 직원들이 향후 거취와 관련해 동요하고 있다" 며 "현재 새로운 정책입안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업무만 구두로 이뤄지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당초 IMF와 금융기관의 재무구조개선 계획 평가 및 후속조치를 위해 지난 7일까지 구성키로 합의했던 '은행구조조정 특별대책반' 은 아직 구성조차 안되고 있다.

비상경제대책위원회가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 를 내세우며 입안한 '외국인 투자자유지역 설치법 (안)' 도 아직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달에 상환이 몰려 있는 기업 해외현지금융 문제라든지 기업어음 (CP) 시장활성화 같은 현안들도 책임지고 챙길 부서나 사람이 없는 터에 제대로 논의가 이뤄질 턱이 없다.

중소기업 자금난과 수출기업 원자재 수급난 등을 챙겨야할 산업자원부와 다음달부터 있을 한.미 자동차협상을 준비해야할 외교통상부도 차질을 빚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는 24일까지 예산편성지침을 마련해야 하는 기획예산위원회도 "아주 구체적인 예산편성지침을 마련하겠다" 는 진념 (陳稔) 위원장의 의욕과 달리, 실무진이 없어 급한 대로 대략적인 골격만 정해 각 부처에 통보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차관급인 부위원장의 유임여부가 불투명해 1급과 국.과장 후속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말까지 상호지급보증을 1백%까지 줄이지 못한 30대그룹에 대해 과징금을 얼마나 매겨야할지 기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고현곤·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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