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발견된 소행성에 한국인 이름 왜 붙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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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새로 발견된 소행성에 한국인의 이름을 붙인 것은 관륵이나 세종대왕같이 휼륭한 분들이 동아시아에 있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학자들이 발견한 소행성에 '관륵' . '세종' 등 한국이름을 잇달아 명명해 화제를 모은 후루카와 기이치로 (69) 전 (前) 도쿄천문대교수. 지난 90년까지 동경대 동경천문대 (현 국립천문대)에서 전체의 위치나 운동에 관한 연구를 해온 후루카와교수는 일본 천문학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학자다.

현재 그는 국제천문연맹의 '커미션 20' 정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커미션 20은 천문학자중에서도 관록있는 학자들만을 엄선한 모임. "항상 한국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에서는 과거사를 사실대로 서술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오사카 태생인 그는 일본패전후 재일한국인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제가 소행성의 이름을 한국분들로 짓는 이유는 한국인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고 싶은 것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결정적으로' 한국에 호감을 갖게 된 것은 86년 학술대회 참가차 방한했다가 경주.공주등 문화유적지를 둘러보고 난 후. 신라시대 축조된 첨성대 끌렸고, 한글로만 유명한줄 알았던 세종대왕이 천문학에 조예가 깊을 뿐 아니라 물시계까지 만든 사실을 알고 더욱 놀란 것이다.

게다가 반일감정을 자제할줄 아는 한국친구들을 사귀면서 한국인의 마음씨에 크게 반했다.

"부족하겠지만 제가 명명한 별이름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이 좀 더 친숙해 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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