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인후염 유발하는 이산화황, 유통 한약재서 다량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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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내 유통 한약재에서 위염.인후염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이산화황이 잇따라 다량 검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부는 한약재 수급 불안과 관련 업체의 반발 등 때문에 5년째 단속 기준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식의약청) 관계자는 11일 "지난해 8~12월 수입 한약재 252종(1799건)을 대상으로 이산화황 잔류량을 검사한 결과 이중 42%(155종 754건)가 10ppm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10ppm은 정부가 정해 놓은 잠정 허용기준이다.

이 관계자는 "허용기준을 500배 이상 초과한 한약재도 발견됐다"며 "하지만 수거.폐기할 법적 근거가 없어 시판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민간 검사업체인 렙프런티어(2002년)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2003년) 등의 조사 결과에서도 검사 대상 한약재의 19~48%에서 잠정 허용기준 이상의 이산화황이 검출됐다. 전반적으로 국산보다 수입산의 오염 수준이 심했다.

한약재에 이산화황이 잔류하는 주된 이유는 충해(蟲害)를 막거나 빨리 말리기 위해 한약재를 유황으로 훈증하거나 연탄불로 건조하기 때문이다.

한강성심병원 산업의학센터 오상용 교수는 "이산화황은 몸속에서 산(酸)으로 바뀌어 인후염을 일으키고, 위염.위궤양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산화황 단속을 둘러싼 논란은 5년 전 시작됐다. 정부는 1999년 1월 잠정 허용기준을 만들어 본격 단속에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이 기준에 따르면 상당수 한약재가 유통 금지돼 한약재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식의약청은 최근 이산화황 허용기준을 다시 입안 예고했다. 하지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한약도매협회 등이 "허용기준을 대폭 완화하거나 그 기준의 적용을 5년은 유예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식의약청 관계자는 "이미 5년의 유예기간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기간을 더 연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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