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고민 풀기] 나를 찾아라, 꿈을 디자인하라, 미래는 나의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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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아이에게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요즘 질문의 답은 ‘김연아’ ‘빅뱅’ ‘소녀시대’다. 이들이 요즘 아이들의 ‘롤모델’이다. 하지만 질문과 답변 모두 결과만을 놓고 말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여전히 “공부 잘해”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공부 잘해야 좋은 대학 가고, 괜찮은 직장을 얻을 확률이 높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들은 부모의 요구를 따분하게 생각한다. 머리 싸매고 경쟁하는 ‘레드 오션’에서 살아남을 자신도 들지 않는다. 문제는 아이들 스스로도 이루고 싶은 꿈이 분명치 않거나 그 꿈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철수 박사, 에드워드 권, 지 드래곤. 3명 모두 자신을 발견(Discover)하고, 꿈을 꾸고(Dream), 꿈을 디자인(Design)하는 과정을 거쳤다. 아이들의 진로·적성을 전문으로 다루는 퓨처북(www.futurebook.com) R&D센터 홍경화 부소장, 원경림 박사가 3명을 롤모델로 분석한 이유다. 이들은 어떻게 3D의 과정을 밟았을까.

박정현 기자

안철수

안철수(1962년생): 학자·기업가
학력: 서울대 대학원 의학박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비즈니스스쿨 경영공학 석사
경력: 현재 KAIST 교수, 전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사장

Discover(혼자 몰두하는 일을 좋아했던 아이, 컴퓨터에 빠지다)=어린 시절 혼자 간단한 라디오를 만들거나 드라이버로 기계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걸 좋아했다. 의대에 진학한 어느 날 우연히 애플 컴퓨터를 만나게 됐다. 그 후 컴퓨터에 빠져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1988년 사건이 터졌다. 컴퓨터 잡지를 뒤지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발견하게 된 것. 컴퓨터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생물학적 바이러스에 사용하는 의학 상식을 총동원했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고치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치료 프로그램에 ‘백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Dream(취미 생활이 직업으로 바뀌다)=군 제대 후 두 가지 갈림길에 놓였다. 의사가 돼 가업을 이을 것인지,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를 전문적으로 시작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선택은 ‘백신’이었다. 88년 토종 백신 V3를 개발하고 이후 7년간 무료 배포한 뒤 95년 안철수연구소를 세웠다. 그게 시작이었다.

Design(교수로서의 또 다른 커리어)=의사에서 컴퓨터 전문가로, 다시 기업가·학자로 변신을 거듭하는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자리를 물려주고 97년 미국으로 떠나 또다시 학생이 됐다. 사업을 하며 쌓았던 노하우가 학문적인 지식과 만나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 연구소는 국내 최대 정보보안업체로 성장했다. 얼마 전엔 KAIST 석좌교수가 됐다. ‘기업가 정신’이라는 생소한 과목을 가르친다.

에드워드 권

에드워드 권(본명 권영민·1971년생): 요리사
학력: 영동전문대 호텔조리학과
경력: 전 버즈 알 아랍 호텔 수석총괄주방장, 2006년 두바이 최고의 셰프어워드상

Discover(방황의 시간을 통해 찾게 된 관심사)=스무 살 대학 재수 시절 무작정 집을 나와 경양식 집에서 주방 보조와 홀 서빙을 했다. 주방 선배들이 재빠르고 씩씩하며 ‘제법 잘한다’고 칭찬한 걸 ‘요리에 소질 있다’로 알아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전문대학 조리학과였다. 요리가 재밌었다. 요리사의 길을 가면 무언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Dream(글로벌 셰프)=‘글로벌 셰프’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치열하게 살았다. 새벽에는 영어 학원을 다니며 영어 실력을 키웠다.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진출했지만 고통의 연속이었다. 매일 수퍼마켓을 다니면서 수백 가지 치즈를 조금씩 사서 바게트 빵과 함께 먹었다. 일종의 ‘생식 훈련’을 한 것이다. 새벽 5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2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 20시간씩 일하기도 했다. 2007년 버즈 알 아랍 호텔 수석총괄주방장이 됐다.

Design(한국에 세우는 ‘세계적인 요리학교’)=요리가 비싸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들고 싶다. 최근 10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자기이름을 내건 식당을 준비중이다. 나중엔 장학재단을 설립해 한국에 요리학교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최고의 요리시설을 갖추고 전 세계에서 소수 정예의 학생들만 선발해 3년간 무료로 요리를 가르치는 학교다.

지 드래곤

지 드래곤(권지용·1988년생): 가수
학력: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 재학 중
경력: 그룹 빅뱅 리더, 2008년 제3회 A-어워즈 스타일부문상

Discover(엄마의 손에 이끌렸다)=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없지만 누군가 꿈이 뭐냐고 물어보던 순간부터 가수가 꿈이었다. 어려서부터 엄마와 손을 잡고 대회와 오디션을 다녔다. 어려서부터 노는 걸 좋아하고, 이 과정에선 엄마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어린 시절엔 ‘간 큰 아이’였다. 아무리 나이 많은 어른 앞에서나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아도 떨어본 경험이 없다.

Dream(6년간 하루 12시간 맹연습)=룰라는 95년 당시 최고의 혼성 그룹. 7세 때 룰라의 뮤직비디오에 ‘꼬마 룰라’로 출연했다. 이를 계기로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캐스팅됐다. 그것이 인생을 바꿨다. 또래 친구들보다 더 이른 나이에 인생 목표를 정했다. 연습생 시절 하루 열두 시간씩 춤, 노래, 웨이트 트레이닝, 외국어까지 7~8가지 레슨을 받았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영어 단어를 외우는 동안 랩과 안무를 외웠다. Design(거리 간판 보며 작곡하기도)=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또 다른 무언가를 창작하는 순간이 최고의 휴식이다. 지쳐 숙소에 돌아와도 음악을 만들거나 가사를 쓴다. 작곡을 해야겠다 결심한 순간 주변 모든 것이 음악과 연결된다. 거리의 간판, 영화도 곡에 대한 발상으로 연결된다. 머릿속에 반짝 하고 뭔가 떠오르면 노트를 꺼내 가사를 써내려 가거나 음을 흥얼거린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랩하는 것도 좋지만 곡을 만들어 데모 녹음을 할 때가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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