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 갖춘 경제팀]3개 그룹에 보수·진보 반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새 정부 경제팀의 골격이 짜여졌다.

과거와 달리 새 정부 경제정책은 대통령이 의장이 되는 '경제대책조정회의' 를 통해 결정하는 얼개를 갖고 있다.

이 회의 참석자는 크게 세그룹으로 분류된다.

첫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직계다.

유종근 (柳鍾根) 경제고문.김태동 (金泰東) 경제수석.박태영 (朴泰榮) 산업자원부장관 등이 여기에 속한다.

柳고문과 金수석은 야당시절부터 대통령 자문그룹으로 함께 활약하며, 개방과 재벌개혁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둘째는 옛 경제기획원 출신의 호남인맥이다.

진념 (陳稔) 기획예산위원장 (고시 14회).강봉균 (康奉均) 정책기획수석 (행시 6회).이기호 (李起浩) 노동부장관 (행시 7회) 등이다.

陳위원장이 기획원 차관보시절 康수석과 李장관을 발탁해 직속 라인인 경제기획국장과 종합기획과장을 맡긴, 떼기 힘든 인연을 맺고 있다.

전철환 (全哲煥) 한은총재 (고시12회) 도 크게 보면 옛 기획원 호남인맥의 일원이다.

셋째 이규성 (李揆成) 재정경제부장관 (고시 12회).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 (행시 6회) 등 옛 재무부출신 관리다.

李장관이 재무부차관보 때 李위원장이 재정금융심의관으로 함께 일했다.

문제는 성격이 제각각인 세가지 그룹이 어떻게 견제와 조화를 이뤄내느냐는 점이다.

사실 세그룹간의 교류는 그동안 거의 없는 편이었다.

인연이라면 이규성장관이 90년 재무장관을 물러나기 직전에 당시 재무차관으로 온 진념위원장과 2개월간 함께 일한 적이 있고, 이규성장관과 전철환총재는 고시 동기에 각각 재무장관 - 금통위위원으로 인연을 맺은 적이 있는 정도다.

성향으로 보면 보수와 진보가 반반씩 섞여 있는 구도다.

柳고문.金수석.全총재와 요즘 뚜렷한 개혁성향을 보이고 있는 李금감위원장이 진보적 색채가 강하다면 정통관료출신인 李재경부장관.陳위원장.康정책기획수석.李노동장관 등은 아무래도 보수적 색깔이 짙다.

이런 서로 다른 출신배경과 성향 때문에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세력다툼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최대현안인 금융만해도 재경부장관.한은총재.금감위원장.경제수석.경제고문 등이 직접 관계돼 있다.

아무튼 특정인에게 전권 (全權) 을 주지않고 상호 견제하도록 제도를 만들어놓은 만큼 대통령의 올바른 판단과 매끄러운 조정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고현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