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J보도 '캉드쉬-강경식 IMF발언'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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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 (IMF) 총재의 긴급자금 권유에 강경식 (姜慶植) 전부총리 등이 반발했다는 지난 3일자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AWSJ) 1면 보도와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AWSJ는 캉드쉬 총재가 지난해 11월16일 극비 방한, 姜전부총리와 이경식 (李經植) 한은총재 등에게 "한국의 외환이 바닥 나고 있는 만큼 이제 IMF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 이라고 말하자 이들이 "당신 미쳤군. 우리 시스템은 작동하고 있어 (You're crazy. Our system works.)" 라고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같은달 21일 姜부총리 후임으로 들어온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도 IMF 구제금융 대신 미.일 정부로부터 차관을 받아 위기를 해소하려 했고 재경원 부하직원을 시켜 한은이 외환관련 자료를 IMF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막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IMF행을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캉드쉬 총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관련 당사자들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11월16일 모임 부분이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얘기' 라고 펄쩍 뛰고 있다.

재정경제부도 공식 부인에 나섰다.

당시 모임참석자는 姜전부총리를 비롯해 李한은총재.엄낙용 (嚴洛鎔) 관세청장 (당시 재정경제원 제2차관보).김우석 (金宇錫) 재경원 국제금융심의관 등 한국측 4명과 캉드쉬 총재와 그의 비서, 휴버트 나이스 IMF 실무단장 등 모두 7명이었다.

姜전부총리는 이 보도와 관련해 ▶11월16일 캉드쉬 총재의 극비방한은 IMF 지원 요청을 위해 우리 정부 주도하에 초청한 것이지 캉드쉬 총재가 지원을 강요하기 위해 스스로 방한한 것이 아니며 ▶당시 회의는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고 한국측과 IMF측의 합의에는 전혀 이견이 없었으며 우리측 요구에 캉드쉬 총재는 원하는 대로 적극 지원해줄 것을 합의한 바 있다고 밝히고 '당신 미쳤군' 식의 표현은 하지도, 나올 상황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李총재도 그 모임 이틀 전 김영삼 (金泳三) 당시 대통령에게 IMF지원을 요청하겠다는 보고를 했으며 그런 이유로 방콕에 있던 IMF측 사람들을 불러왔던 것이라고 밝히고 자신은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고 그런 말이 나올 상황도 아니었다' 고 말했다.

李총재는 특히 돈 얘기는 자신이 "당신 호주머니의 돈을 빼앗아 와야겠다" 고 먼저 꺼낸 것이지 IMF측이 먼저 말한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과연 캉드쉬 총재가 그런 말을 했을지 의심스럽다" 고 말했다.

嚴청장은 "갑자기 IMF에 긴급자금을 신청하면 시간이 걸리니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정지하는 자리였다" 며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캉드쉬 총재가 이를 적극 수용하는 등 회담이 매우 우호적으로 진행됐으며,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고 밝혔다.

사실 캉드쉬 총재와의 극비회담은 IMF에 도움을 청하기로 결정한 한국정부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김기환 (金基桓) 순회대사를 태국 방콕에 급파, 그 곳에 머무르던 캉드쉬 총재를 16일 극비리에 초청했다.

한편 AWSJ보도와 관련, 姜전부총리는 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AWSJ측에 제기했으며 IMF 및 캉드쉬 총재에게도 사실확인과 해명을 요청해놓았다고 밝혔다.

고현곤·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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