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MLB 돈공세 보고만 있을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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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가 3일 국가대표선수 9명에 대한 신분조회를 한국야구위원회 (KBO)에 의뢰해왔다.

신분조회는 스카우트할 의사가 있다는 의미다.

KBO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이들의 신분에 관한 답변을 보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다저스에 통보하고 다저스는 한국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 를 밟는 것이 된다.

KBO에서는 "한국야구를 송두리째 고사시키겠다는 속셈이 아니냐" 며 다저스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KBO는 메이저리그라는 화려한 배경을 무기로 국내 선수들을 유혹하는 다저스의 이같은 행동을 비난만 할 뿐 행위 자체를 막아낼 아무런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야구 주관기구인 대한야구협회와 뜻을 모아 미.일 프로야구와 선수교류에 관한 협정을 만들기는커녕 자기들끼리 아옹다옹했던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최근에는 아마 선수는 물론 기존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도 뭉칫돈에 입맛을 다시는 구단의 비호 아래 너도나도 나가겠다는 분위기다.

프로구단들은 대학이 고교 우수선수를 '해외에 보내주겠다' 고 유혹해 스카우트한다고 비난하지만 그들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스타급 선수들에게 '올해만 뛰면…' 이라고 유혹해 연봉 재계약을 하지 않았던가.

지금이라도 서둘러 KBO와 대한야구협회가 만나 국내 선수의 해외진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무조건 막아서도 안되지만 무조건 보내서도 안된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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