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서리 내각]일본·홍콩의 시각…"경제위기 돌파에 찬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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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종필 (金鍾泌) 총리지명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가 무산된 채 총리서리체제가 출범하는 데 대해 한국과 시간대가 비슷한 일본.홍콩의 경제전문가들은 "여소야대로 출발한 김대중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취약함을 반영한 것" 이라고 진단하고 "한국의 경제위기 해결에 큰 차질을 빚을 것" 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일본.홍콩의 시각을 살펴본다.

노무라 (野村) 증권 금융연구소의 한국담당 데스크 도쿠노 아키히로 (德野明洋) 는 "한국의 경제위기 해소는 금융개혁.재벌개편.노동시장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 며 "이를 위해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불가피한데 출범시점부터 새 정권의 한계를 드러냈다" 고 말했다.

아시아경제연구소의 하나부사 유키오 (花房征夫) 연구주간은 "일본은 특히 金총리서리가 한.일관계에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며 "총리 임명동의 좌절은 양국관계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도 정치적 기반이 약한 상황" 이라며 "한.일어업협정, 대한 (對韓) 금융지원 등 국회와 관련된 문제들이 여당의 정치적 기반 약화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고 우려했다.

다이이치간교 (第一勸業) 은행 연구소의 관계자는 "한국의 경제위기 해결에는 외자도입이 절대적인데 정치불안에 따른 경제개혁 난항은 외국인 주식투자와 외국기업에 의한 흡수합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본 금융기관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출금 회수에 나설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이이치간교은행측은 이날 한국은행 도쿄사무소를 방문해 결산일을 앞두고 단기채권을 중.장기채권으로 전환하면서 한국정부가 보증을 서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한편 미국 베어스턴스의 홍콩 현지법인에 근무하는 제이슨 브라운 채권투자전문가는 "외국투자가들은 현재 한국의 경제회복 계획과 국제통화기금 (IMF) 협약준수 의지에 대해 매우 만족하게 생각하며 특히 까다로운 노동문제를 해결한 金당선자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며 "그러나 총리임명동의안 무산은 한국이 현재 경제적 문제에서 정치적 문제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개혁정책을 추진할 내각의 출범이 처음부터 삐걱거린다면 앞으로 한국정부가 취할 정책에 대해 국제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고 덧붙였다.

도쿄.홍콩 = 이철호·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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