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삼국∼조선 불화·불상 전시 '아미타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세계에 자랑하는 고려불화 가운데는 아미타불 (阿彌陀佛) 을 그린 불화가 압도적으로 많다.

고려불화를 전공한 경주대 정우택 (鄭于擇) 교수는 "고려불화중 아미타불 관련 불화가 50%를 넘는다" 고 말한다.

집중된 시대는 14세기. 원나라 침입을 받아 한참 그 지배를 받던 시절이다.

희망이 없는 시대였기에 그토록 극락정토 생각이 간절했던 것인가.

위기의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묘하게 아미타불 신앙과 그 미술을 다시 생각케 하는 전시가 열려 관심을 끈다.

용인 호암미술관이 3일 개막하는 '아미타전' 이다 (8월30일까지. 0335 - 20 - 1801) . 이 전시는 이곳 소장품을 갖고 꾸미는 테마기획의 첫 전시로 우리나라 아미타불 미술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소개되는 작품은 삼국시대에서 고려.조선에 걸쳐 제작된 아미타 관련 불상.불화.경전.불구 (佛具) 등으로 국보 2점, 보물 5점이 포함된 42점. 아미타불이 한국미술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571년이다.

국보 85호인 금동 신묘명삼존불 (辛卯銘三尊佛) 광배 (光背)에 5명의 신심깊은 불자가 돌아가신 부모의 극락정토에 왕생하기를 소원하며 불상을 만들었다는 글이 새겨져 있어 이 불상이 아미타불임을 말해주고 있다.

원래 불교에서 미래를 주재하는 부처는 미륵보살. 석가모니부처가 입적한 뒤 56억7천만년이란 어마어마한 세월이 흐른 뒤 이 세상에 출현해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이다.

아미타불은 석가모니부처의 가르침이 끊긴 뒤 미륵보살이 하생 (下生) 할 때까지 기나긴 시간 동안을 구원과는 거리가 먼 절망 속에서 버텨야 하는 신자들에게 빛이 되는 부처다.

아미타불의 뜻은 '무한한 빛과 생명을 가진 부처' .한자로는 무량수불 (無量壽佛) 이라고 써, 우리나라 사찰에 보이는 무량수전은 아미타불을 모신 곳이다.

아미타 신앙은 줄여 말하면 죽은 이를 극락정토로 인도해 다시 태어나게 한다는 내세 보장이다.

방법도 그지없이 간단해 '나무아미타불' 이란 염불공덕 뿐이다. 이런 아미타 신앙은 고구려를 통해 알려진 뒤 삽시간에 삼국에 펴져 통일신라시대에는 어린 아이까지 나무아미타불을 외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다.

이번 전시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집안의 불당에 보셨음직한 20㎝ 내외의 금동불 외에 돌을 깎아만든 아미타여래입상 3점도 소개된다.

고려불화에는 죽은이의 영혼을 맞이한다는 아미타내영도 (雅彌陀來迎圖) 2점이 들어있다.

조선시대 불화에는 아미타불의 설법도가 대부분. 특히 조선불화에만 보이는 감로탱화 속의 아미타불도 설법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림.불상 속의 부처가 아미타불임을 아는 방법은 오른손을 들어 밖으로 내보이며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말은 모습 (說法印)에서 찾을 수 있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