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이재주 '곰사냥 재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2사 후였지만 볼카운트 1-3에서 바깥쪽 꽉 차는 듯한 직구가 볼로 판정받자 두산 선발 레스는 무릎을 꿇으며 아쉬워했다. 1-1로 팽팽하던 8회 초였다. 홍세완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2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재주는 레스의 바로 그 공을 노렸다. 바깥쪽 꽉 차는 직구. 그 수 읽기 하나가 기아에 승리를 안겼다. 이재주가 노린 대로 홈플레이트 바깥쪽을 통과하던 그 공은 기다리고 있던 방망이 중심에 그대로 걸려 우중간을 꿰뚫는 2루타가 됐다.

기아가 9일 잠실 경기에서 선두 두산을 2-1로 꺾고 승률 5할에 복귀했다. 올해 단국대를 졸업한 기아 신인 이동현은 5.2이닝 동안 2안타 1실점으로 잘 던져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고, 7회 구원등판한 유동훈은 시즌 5승째를 올렸다. 마무리 신용운은 9회 말 2사 1, 2루에서 안경현을 상대로 공 한개만을 던지고 세이브를 올렸다. 이재주는 "최근 타격이 부진했으나 경기 전 훈련에서 감이 살아났다. 모처럼 결승타를 때려 팀 승리에 도움이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시즌 10승에 도전했던 두산 선발 레스는 8이닝 동안 6안타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졌으나 팀 타선이 침묵, 패전 투수가 됐다. 두산 최경환은 9회 말 2사 후 안타를 때려 16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잠실구장에는 메이저리그에서처럼 1, 3루 측 불펜이 아닌 외야 측 불펜에서 구원투수들이 대기하다 카트를 타고 마운드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대전 한화전에선 LG 선발투수 브라이언 쿠퍼가 2연승을 거두며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그는 LG가 당초 택한 외국인 투수 에드윈 후타도가 무승으로 쫓겨난 뒤 데려온 선수다. 쿠퍼도 후타도의 전철을 밟는 듯했다. 지난 5월 말 합류하자마자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한달여를 2군에서 허송세월했다. 더그아웃에서 퇴출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기에 몰리자 쿠퍼는 메이저 리그 출신의 힘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팀이 7연패에 빠져 있던 지난 3일 잠실 SK전에서 첫 승을 올린 데 이어 9일에도 6이닝 6안타 2실점으로 2연승을 거뒀다.

지난 6일 2004 올스타전 인기투표 1위에 오른 포수 조인성은 1-1로 맞선 2회 2점 결승 홈런을 쳐 팀 승리를 이끌며 '왕별'로서 이름값을 했다.

수원에서는 연장 끝에 현대가 삼성을 3-2로 눌렀다. 현대의 클리프 브룸바는 2-2로 맞선 10회말 1사 만루에서 적시타 한방으로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10회에 등판한 현대의 마무리 조용준은 시즌 7승째를 올렸다.

이태일.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