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출판계가 무너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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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금 출판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리고 있다.

단행본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2개 도매상이 연이어 부도를 냈고 전국 서점의 30%가 문을 닫고 있다.

출판사의 신간 생산이 80%로 줄었고 도서판매량이 전년대비 50%로 격감했다. 생산.유통.판매 3개분야에서 출판계는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출판은 대표적 지식산업이면서 소규모 운영이 가능한 창의적 벤처기업이다.

지식.정보산업을 이끄는 견인차면서 학문과 문화 전반을 주도하는 지력 (知力) 사회의 문화 인프라다.

지식사회.출판사.인쇄업, 그리고 제지업.디자인업이 상호 연결되는, 수십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종합 지식산업이다.

지금 이 문화 인프라가 경제위기를 맞아 가장 먼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출판계 위기를 장.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현재 진행되는 연쇄도산을 막기 위한 긴급수혈이 급하다.

출판계에선 출판기금 마련을 위해 당장 5백억원의 정부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산업계 전체가 어려운 판에 유독 출판계만 지원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있겠지만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차원에서 정부지원을 통해 급한 불을 끄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공공 도서관에서 일정량의 도서를 구입하는 제도적 장치와 예산배정을 해야 한다.

무너지는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부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야 한다.

출판계도 자구 (自救) 노력을 해야 한다.

부교재.전집류 출판사든, 단행본 위주 출판사든 서로가 힘을 모아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대안 모색과 개혁노력을 보여야 한다.

당장의 위기는 유통구조의 후진성에서 비롯됐다.

1만여개의 출판사가 5개 도매상의 어음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출판업계의 후진성을 반영한다.

서점의 대형화.현대화.전문화에 박차를 가하는 유통구조의 개선이 출판계와 서점계가 공동으로 풀어야 할 장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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